"암 신약 독실·붙이는 알츠하이머 약, 연구자 이윤 40% 보장해 탄생했죠"
“창업국가를 ‘목걸이’에 비유한다면, 이숨은 ‘첫 구슬’을 꿰는 역할을 합니다.”

이스라엘 최대 기술지주회사 이숨(Yissum)의 야콥 미칠린 대표(사진)는 “학계에서 아무리 좋은 기술을 개발해도 산업계로 매끄럽게 기술이전이 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며 “이숨이 없었다면 세계적 암 치료제 독실(DOXIL)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기초과학연구원이 주최한 ‘1회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포럼’ 강연을 위해 방한한 그는 28일 오전 서울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미칠린 대표는 “작년 한 해 이숨이 로열티로 올린 수익이 6000만달러(약 675억7800만원)에 달하며 기술이전을 통한 파생 수익은 20억달러(약 2조2514억원)를 넘어섰다”고 했다. 이숨을 통해 탄생한 대표적 신약인 독실은 바렌홀츠 히브리대 교수 연구진이 개발한 획기적인 암 치료제로 존슨앤드존슨에 판매권이 넘어가 2011년 한 해 동안 5억달러(약 5636억원)가 넘는 수익을 올렸다. 같은 해 10억달러(약 1조1272억원)를 벌어들인 세계 최초 팔에 붙이는 ‘패치형 알츠하이머 약’도 이숨을 통해 세상에 나왔다.

이숨의 성공은 철저히 ‘수익’ 위주의 기획 경영 덕분에 가능했다. 미칠린 대표는 “지원 기술을 선정할 때부터 시장의 수요와 기술적 가능성을 철저히 따진다”며 “투자 재원도 이숨이 올리는 수익을 기반으로 하지 정부로부터 받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연구자들이 귀찮아하지 않고 사업화에 적극 나설 수 있는 것도 수익을 보장해주기 때문이다. 이숨은 원천기술을 이용한 제품이 시장에 나왔을 때 전체 이윤의 40%를 연구자들에게 떼어준다. 이숨의 지원 아래 창업하는 신생기업은 연간 10개에 달한다.

하지만 어떤 환경에서든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는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다. 미칠린 대표는 “이스라엘도 신생기업 40곳 중 1곳만 성공할 정도로 실패 위험이 크다”며 “이숨 역시 신약을 만들기 위해 임상실험에 1500만달러를 투입했지만 전혀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연구와 사업화를 백지화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패 사례가 나와도 투자자의 발길은 끊이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스라엘 투자자는 서구 투자자에 비해 보수적이지 않다”며 “투자 자금을 한곳에 모으는 투자자도 많지 않기 때문에 투자기업 중 실패하는 기업이 나와도 손실을 크게 입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업의 실패 부담은 정부가 나눠 지기도 한다. 미칠린 대표는 “이스라엘 정부는 신생기업이 성공할 확률이 낮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85%의 자금을 대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

■ 이숨

이스라엘에서 가장 규모가 큰 기술지주회사다. 1964년 이스라엘 최대 연구대학인 히브리대 안에 세워졌다.

대학이나 연구소가 연구개발(R&D)한 기술을 다른 기업에 팔거나 그 기술로 창업하는 것 등을 지원한다. 연구자들이 개발한 기술로 돈을 벌 수 있도록 가교역할을 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