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피난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갖고 있다고 무조건 역외탈세를 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해외에서 여러 나라 기업들과 사업을 하거나 인수합병 등을 하다보면 불가피하게 이용할 수밖에 없는 일도 생긴다는 게 재계의 주장이다. 물론 애플처럼 절세를 위해 적극적으로 조세피난처를 활용하는 기업도 있다. 애플은 ‘더블 아이리시 위드 어 더치 샌드위치(Double Irish with a Dutch sandwich)’라는 복잡하고 교묘한 방법으로 2012년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의 2%만을 세금으로 냈다. 미국의 법인세율 35%과 비교하면 거의 세금을 안 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방법은 아일랜드 정부가 납세지를 조세피난처로 지정하는 회사설립을 인정하고 이전가격 과세를 하지 않는 점을 적극 활용한 것이다. 여기에 네덜란드의 판매세가 0.1~0.2%에 불과한 점, 아일랜드와 이중과세방지조약을 맺고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애플은 아일랜드에 두 개, 네덜란드에 한 개의 회사를 세워 이 회사들 간 수익을 주고받는 과정을 통해 세금을 최소화했다. 이는 스타벅스 구글 등 다른 다국적기업들도 애용하는 절세법이다. 팀 쿡 애플 CEO가 미 상원 청문회에 나가 “모든 법을 지켰고 단 1달러도 탈세하지 않았다”며 당당하게 이야기한 것도 남들도 다 하는 합법적 절세임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
쿡의 해명에도 불구, 애플의 절세 전략에는 탈세인지 절세인지 애매한 구석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이는 지금 거론되고 있는 한국 기업인이나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이 세상에 세금 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탈세는 발본색원 해야겠지만 “내가 하면 절세요 남이 하면 탈세”라는 식의 접근도 좀 자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