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주인을 찾을 수 없는데….’

동부그룹이 경기 화성시 첨단유리온실 사업 포기를 선언한 지 두 달째. 후속 사업자를 찾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 인수 희망자들은 하나같이 ‘재배 품목을 다양화하거나 이곳에서 생산한 토마토의 국내 유통을 허용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농업계 반발 때문에 진퇴양난이다.

26일 농림축산식품부와 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10여군데가 화성 유리온실을 인수하겠다는 의향을 밝혔다. 이에 따라 동부는 이들과 논의를 벌였지만 합의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앞으로도 접점을 찾을 가능성이 별로 없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500억원 이상 투자한 사업인데 인수 후 실패하면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며 “사업 역량과 농업인 여론을 모두 충족하는 사업자를 찾으려니 하늘의 별 따기”라고 말했다.

정부는 가장 유력한 인수자로 중견 농업회사법인 두 곳을 꼽고 있다. 자금 조달 능력이 되면서 인수 의지 또한 강하다는 평가다. 문제는 이들이 재배 품목을 토마토 외에 파프리카 등으로 확대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기존 사업자인 동부팜한농은 국내 소매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토마토 한 품목만 생산하기로 했었다.

이들은 수출 외에 국내 판매 허용도 인수 조건으로 내걸었다. 동부팜한농은 가공용을 제외한 전량을 수출하기로 했지만 새 사업자들은 수출처 확대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이들 요구를 들어주면 국내 시장에 물량이 쏟아지면서 농업인들의 반발이 불거질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협의가 진행된다고 해도 이들은 정부의 저금리 융자 지원을 필요로 해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가장 이상적인 방안은 농업인들이 직접 인수자로 나서는 것이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농산물생산자연합회 등은 농업인 공모를 받아 유리온실을 인수하는 방안을 내놨다. 윤명희 새누리당 의원도 “작년에 설립된 국민석유회사처럼 농업인이 1인1주 방식으로 참여하는 게 하나의 방안”이라고 제시했다.

정부는 이 같은 방식은 시간이 오래 걸릴 뿐만 아니라 결국 예산 지원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씨감자 생산단체가 5년간 임대 운영하겠다고 했지만 임대 방식은 부적절하다는 견해가 많다. 유리온실 인근 농업인들이 모인 화성시생산자단체연합은 명분에서 앞서지만 자금력에서 밀린다는 평가다.

한때 가장 유력한 사업자였던 농협중앙회도 몸을 사리고 있다. 농협 관계자는 “중앙회도 최근 공정거래법상 대기업과 비슷한 규제를 받고 있어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화성 유리온실과 품목이 겹치는 지역농협들도 중앙회 참여를 반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중앙회는 ‘농업회사법인이 인수에 나서면 중앙회가 농업투자펀드를 만들어 투자하겠다’며 간접 참여 방식으로 물러섰다. 하지만 투자 조건으로는 역시 품목 확대, 내수 허용 등을 내걸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