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옥 씨(왼쪽)를 비롯한 ‘골프사랑 친구사랑’ 동호회 회원들이 지난 16일 김포씨사이드CC에서 정기 라운드를 시작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기열 기자
김수옥 씨(왼쪽)를 비롯한 ‘골프사랑 친구사랑’ 동호회 회원들이 지난 16일 김포씨사이드CC에서 정기 라운드를 시작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기열 기자
서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경기 김포시 월곶면의 김포씨사이드CC. 해질 무렵이 되자 태양이 해송 사이로 살포시 내려앉는다. 필드엔 붉은 봄꽃이 피었고 바다엔 불그레한 노을이 수평선을 적신다. 한 회원이 “바다에 시선을 뺏겨 볼을 못 치겠네”라고 엄살을 부리자 다른 회원이 “그게 실력이야”라며 장난스럽게 응대한다. 지난 16일 붉게 물든 노을 속에 ‘골프사랑 친구사랑’ 회원들은 필드 정기모임(정모)의 아름다운 추억을 가슴에 새겼다.

골프사랑 친구사랑은 1만9000여명의 회원이 활동하는 다음카페 골프 동호회다. 서울, 경인 서부, 경기 북부, 부산, 경남 등 전국에서 11개 지역별 모임을 중심으로 회원들이 골프를 즐긴다. 그 가운데 경인 서부 지역의 필드 정모가 열린 김포씨사이드CC를 찾았다.

남자가 주도하는 다른 골프 동호회와 달리 이 모임의 경인 서부 동호회장은 여성인 김수옥 씨(44)다. 경기 시흥시의 한국산업기술대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김씨는 “지역별로 한 달에 한 번 정도 정기 모임을 개최한다”며 “오늘 정모는 세 팀을 모집했는데 하루 만에 마감됐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고 했다. 김 회장은 라운딩 도중 먹을 수 있도록 음료수를 비롯해 맛밤, 초콜릿, 소시지 등 간식거리를 분홍색 종이 상자에 담아와 3대의 카트에 실어주는 여성의 섬세한 리더십을 보여줬다.

샤워기 제조업체 수전금구를 운영하는 김홍일 씨(42)는 이 동호회의 장점으로 “정말 골프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 보니 전국 2만명의 회원이 다 친구”라며 “동호회를 통해 언제든지 시간 날 때 한두 팀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이날 정모에 참가한 12명 가운데 연장자인 허찬 근화ENG 사장(54)은 “젊은 친구들과 어울려 즐겁게 골프를 하다 보니 실력도 빨리 늘었다”며 웃었다.

이날 유난히 가입 1년 이내의 회원들이 많이 참석했는데 다들 10년 된 선후배처럼 가깝게 보였다. 피부관리 프랜차이즈 금단비가를 운영하는 김지명 씨(45)는 “처음 온 회원들도 쉽게 어울릴 수 있도록 배려해줘 가입 한 달 반 만에 가족처럼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김 회장도 “매주 목요일 정기적으로 스크린 골프 정모를 열어 회원들이 자주 얼굴을 보는 것도 친목 도모에 큰 도움이 됐다”고 자평했다.

골프 실력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멘토도 있다. 이날 모임에선 구력 20년에 평균 스코어 70대 중반의 싱글골퍼 변율이 씨(41)가 선생님 역할을 자처했다. 유아용품 수입업체 쥬피터인터내셔널을 운영하는 변씨는 “남성들은 거리에 대한 욕심 때문에 자기만의 밸런스와 템포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를 바로잡아주면서 서로 실력이 늘면 라운드가 더 재미있어진다”며 일일교사 역할을 즐거워했다.

골프사랑 친구사랑엔 지역별 모임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매년 봄과 가을에 전국 정모도 있다. 전국 회장을 맡은 이세삼 씨는 “지난 3월 경북 의성군 엠스클럽에서 열린 정모에는 25팀 100명의 회원이 참가해 160여만원의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의성군에 전달했다”고 했다. 4년째 회장을 맡고 있는 이씨는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운영하던 한식당을 접고 올초 골프 전문 여행사인 ‘골프사랑 친구사랑 여행사’를 설립했다.

“골프라는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라운딩을 즐기다 보니 서로의 상담자가 될 정도로 가까워졌습니다.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대여섯 시간 동안 라운딩을 즐기면서 마음을 비우는 게 동호회의 가장 큰 매력 아닐까요.”(황두현 R&B커뮤니케이션스 실장)

김포=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