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 '암'(ARM)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암은 영국의 '인텔'이라 불리는 회사로, 스마트폰의 두뇌라 할 수 있는 AP는 대부분 암의 아키텍처(구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LG전자는 24일 암과 차세대 아키텍처인 '코어텍스 A50 프로세서'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 제품은 기존 암의 주력인 A15 프로세서가 구현한 저전력·고성능의 빅리틀 구조를 한층 끌어올린 것으로 내년 출시되는 스마트폰에 본격 적용될 예정이다.

LG전자 시스템반도체(SIC) 연구소의 손보익 전무가 전날 한국을 방문한 ARM 본사 피트 휴턴 사업부 총괄을 직접 만나 계약을 맺고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LG전자는 이번 계약으로 암 코어텍스 A50 프로세서를 기반으로 한 차세대 AP 생산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그동안 미국 퀄컴사의 AP를 주로 써온 LG전자는 지난해부터 SIC 연구소 주도로 자체 AP를 개발하고 있다. 스마트폰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핵심 부품인 AP를 내재화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개발 중인 코어텍스15 프로세서 기반의 쿼드코어 AP는 하반기께 양산에 들어가 내년 초 나올 스마트폰에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다. 생산은 대만의 파운드리 업체 TSMC에서 담당한다. 다만 이 AP에서는 전력 효율 등의 이유로 빅리틀 구조는 채용하지 않을 예정이다.

LG전자는 이날 암과 계약을 맺은 코어텍스50 프로세서를 기반으로 한 차세대 AP에서 빅리틀 구조를 본격 적용한다.

빅리틀은 하나의 칩 안에서 게임이나 그래픽 작업같이 고성능을 필요로 하는 프로세서와 일반적인 웹서핑 등을 수행하는 프로세서를 각각 적용한 구조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4에 탑재한 옥타코어AP에서 코어텍스A15와 A7을 기반으로 한 빅리틀 구조를 채용했다.

코어텍스50 프로세서는 고성능을 담당하는 A57과 일반 작업을 수행하는 A53으로 이루어져있다. A57의 경우 A15 프로세서 대비 같은 전력으로 최대 3배 이상 높은 성능을, A53은 4분의 1 수준 전력으로 현재 스마트폰과 동일한 성능을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 전무는 "빅리틀 프로세싱은 LG전자 디바이스의 성능과 역량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암은 최대 고객사인 삼성전자와도 코어텍스50 프로세서를 기반으로 한 차세대 AP 개발에 대해 논의했다. 특히 23일 가진 삼성과의 만남에서는 오는 7월 최고경영자(CEO)에 오를 사이먼 시거스 부사장이 직접 참석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시거즈 부사장이 기흥사업장을 방문해 우리 쪽 마케팅·영업 담당 임원들과 회의했다"며 "암과는 매년 정례적으로 미팅을 가져왔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에 판매되는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에 들어가는 AP의 90%는 암 코어텍스A 시리즈를 기반으로 설계된다. 스마트폰 뿐 아니라 삼성전자, LG전자가 생산하는 스마트TV 칩도 모두 암 설계를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