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정보분석원(FIU)이 지나치게 커지면 부작용도 예상된다. 국민들의 개인 거래 내역이 상당부분 노출될 뿐 아니라 정치적인 이유로 자금흐름을 들여다 보거나, 특정인의 금융거래 내역을 정부에서 사찰하는 일도 생길 수 있다.

이런 위협이 실제로 나타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자금세탁방지 국제기구(FATF)가 지난해 ‘정치적 주요인물(PEP·Politically Exposed Persons)에 대해 강화된 주의 의무(EDD·Enhanced Due Diligence)’를 부과하도록 권고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FIU도 2009년 FATF에 가입해 국제 규약을 따르고 있다. 강화된 주의 의무는 금융회사가 해당 고객이 누구인지, 거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거래 목적이 무엇인지 파악해 보고해야 한다는 뜻이다.

원래 FATF가 이런 규칙을 정한 것은 테러 대응 능력을 강화하자는 취지였다. 아프가니스탄 이란 북한 등이 서구권 금융회사에 계좌를 개설해 자금거래를 하는 것을 막으려고 도입한 것이다.

하지만 정치적 주요인물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설정하느냐에 대해 FATF가 뚜렷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고위 관료와 국회의원 등도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들의 금융거래가 모두 노출되면 정부는 ‘빅 브러더’처럼 정치적 반대파를 통제하기가 훨씬 쉬워질 수 있다.

우리나라는 PEP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지만 아직 적용 수위와 도입 시점은 결정하지 않은 상태다. 이명순 FIU 기획행정실장은 “FATF 권고사항을 따를 계획이지만 대상자의 범위는 국제사회에서 좀 더 논의가 이뤄진 다음 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