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돈 'FIU 공포'…지난해 '탈세·돈세탁 포착' 53% 급증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칼 끝이 갈수록 날카로워지고 있다. 작년 한 해 동안 국세청과 검찰 경찰 등 법 집행기관에 넘긴 ‘의심스러운 금융거래(STR)’가 50% 이상 증가했다. 박근혜정부 들어 FIU의 ‘탈세 적발’ 기능은 더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19일 FIU에 따르면 지난해 FIU가 분석해 국세청 등 법 집행기관에 ‘금융거래 내역이 수상하니 자세히 조사해 달라’고 넘긴 의심거래정보 건수는 1만8106건에 달했다. 2011년(1만1843건)에 비해 53%가량 증가했다.

FIU는 은행 등 금융회사가 보기에 탈세 횡령 마약 등 범죄에 관련된 것으로 의심이 가는 금융거래 내역을 넘겨받아 국세청이나 수사기관 등 관련 법 집행기관에 넘기는 역할을 한다. 금융회사와 직원들은 비밀 보장을 요구하는 등 수상한 거래는 FIU에 보고해야 한다.

FIU에 들어오는 의심거래 정보는 2002년 제도를 처음 도입한 이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2002년 275건에 불과했지만 2010년 23만6068건, 2011년에는 32만9463건으로 급증했다. 다만 지난해에는 경기 침체로 금융거래 규모가 줄어 29만241건으로 12% 감소했다.

이명순 FIU 기획행정실장은 “작년 FIU가 입수한 정보의 총량은 줄었지만 ‘간이분석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분석 능력이 좋아져 법 집행기관에 넘긴 의심거래 건수는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간이분석시스템은 탈세나 보이스피싱 도박 등에서 자주 나타나는 자금세탁 패턴을 입력해 뒀다가 그에 맞는 거래가 발견되면 즉시 처리하는 시스템이다. 이로 인해 직원 1인당 처리하는 의심거래정보가 60%가량 늘었다는 게 FIU의 설명이다.

FIU의 역할은 지하경제 양성화를 내세운 박근혜정부 들어 더욱 강화되고 있다. 국세청이 탈세가 의심스러운 사람의 현금거래 내역을 요구하면 FIU가 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특정금융거래보고법 개정안이 이미 국회에 상정돼 있다. 이르면 9월 중 시행될 전망이다. 의심거래 보고 기준도 현행 1000만원 이상에서 아예 기준이 없어질 예정이다. 금액에 관계 없이 의심스러운 금융거래는 모두 FIU에서 자세히 들여다보게 된다.

FIU의 역할이 강화될수록 신분 노출을 꺼리는 거액 자산가들의 금융거래는 움츠러들고 있다. 한 은행 프라이빗뱅킹(PB)센터 관계자는 “거액 자산가들은 범죄 등에 연루되지 않았더라도 자신의 거래내역이 국세청 등에 의해 관찰되는 것 자체를 본능적으로 꺼린다”며 “최근 1000만원 미만으로 현금을 인출하는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시중에서 금이 품귀 현상을 빚거나 개인 금고가 잘 팔리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덧붙였다.

이상은/임원기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