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규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15일 돌연 사의를 밝히면서 불거진 신 회장과 최원병 농협중앙회장과의 갈등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농협의 지배구조에 따른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분석이 많다. 최 회장과 신 회장은 16일 각각 일부 간부들에게 “각자 처한 입장에서 잘하려다 생긴 일”이라며 “쫓겨나거나 쫓아내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회와 금융지주의 이해 상충

중앙회와 금융지주는 두 조직의 목표에서부터 부딪친다. 중앙회는 농업인의 지위 향상을, 금융지주는 수익 창출을 최우선 목표로 하고 있다. 협동조합과 주식회사의 태생적 차이다. 지난해 금융지주가 분리·출범하면서 조직 간 목표의 차이가 이번 갈등을 일으킨 요인으로 지적된다.

대표적인 문제는 금융지주가 중앙회에 지급하는 ‘명칭 사용료’의 적정 수준이다. 농협은행 등 7개 금융지주 자회사는 올해 중앙회에 명칭 사용료로 지난해보다 4.2% 늘어난 4535억원을 내기로 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4725억원)과 맞먹는 규모다. 이 자금은 중앙회가 매년 각 지역농협에 지원하는 ‘무이자 추곡수매자금’ 등으로 쓰인다. 그러나 저금리·저성장에 따라 경영환경이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중앙회가 명칭 사용료를 오히려 더 올려달라고 요구하면서 갈등이 생겼다. 농협금융으로서는 건전성과 수익성을 유지해야 하는데 농민 지원을 늘리려는 중앙회와 마찰이 생긴 것이다.

대주주인 중앙회에 대한 금융지주 자회사들의 배당도 비슷한 문제다. 농협생명은 중앙회에 대한 과도한 배당 문제로 최근 금융감독원의 특별검사를 받았다. 농협생명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483억여원을 중앙회에 배당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1098억원)의 절반에 달하는 규모다. 이는 금감원의 권고 수준인 28%를 훌쩍 뛰어넘는 것이었다. “농협생명의 수익성과 건전성에 문제가 생길 정도로 중앙회의 요구가 과하다”는 게 신 회장의 입장이다. 반면 선출직인 중앙회장으로서 조합원들의 요구에 맞춰 이익을 분배해야 하는 것이 최 회장의 상황이었다.

○지배구조 개선 쉽지 않아

농협법은 중앙회가 조합원의 이익에 기여하도록 금융지주를 포함한 자회사를 지도·감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반면 금융지주회사법은 지주회사가 자회사의 경영 관리를 맡도록 하고 있다. 은행 생명보험 손해보험 등 금융 계열사의 경영 활동을 놓고 두 조직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차기 회장으로 어떤 사람이 오더라도 해결하기 쉽지 않은 문제다.

두 조직 간 시너지를 위해서는 법 개정을 포함해 전체적인 틀에서의 개편이 이뤄져야 하지만 논의 주체 역시 입장에 따라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농협법은 농림축산식품부가, 금융지주회사법은 금융위원회가 관장하다 보니 조정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중앙회의 권한이 지금과 같이 유지돼야 한다는 측은 “중앙회장은 조합장을 대표하는 대의원을 통해 간선제로 선출되기 때문에 조합과 조합에 출자한 농민의 이익을 위해 금융지주에 대한 지도·감독 권한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대하는 측은 “금융지주 경영의 전문성을 높이고 수익성과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전문경영인의 힘이 더 커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일규/김유미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