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익에서 비용을 빼면 순수익이 나온다. 순수익이 투자자들의 손에 쥐어지는 수익이다. 순수익을 늘리기 위해서는 총수익을 늘리거나 비용을 줄이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총수익을 늘리는 것은 투자자의 의지보다는 시장상황에 더 민감한 반면, 비용은 상대적으로 투자자의 의지가 반영되기 수월하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 버크셔 헤서웨이(Berkshire Hathaway)의 1996년 연차보고서에서 “비용은 정말 중요하다. 예를 들어 주식형 뮤추얼 펀드는 운용 회사에 들어가는 비용으로 연간 1%를 지불한다. 이 비용은 투자자들이 장기적으로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의 10%를 잠식 한다.” 라고 말했다.
펀드비용(수수료, 보수) 연 1%는 결코 적은 것이 아니다. 수익률이 높을 시기에는 수익률에 묻혀 드러나지 않지만, 시장이 추세적으로 하락하여 손실이 늘어나고 있을 때 연 1%의 펀드비용은 투자성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대부분의 국내펀드들의 경우 인덱스펀드를 제외하면 연 1% 이상의 펀드비용을 지출한다. 특히 국내투자자들의 투자비중이 높은 주식형펀드들의 경우에는 대부분 연 2% 이상의 펀드비용을 부담하고 있어서 워런 버핏이 말한 연간 1% 펀드비용은 매우 보수적인 수준이다.
스스로 펀드비용 절감의 전도사임을 자처하며 뱅가드 펀드를 설립한 ‘존 보글’도 자신이 저술한 ‘승자의 게임’에서 작은 펀드비용 차이가 장기적으로 어떤 성과차이로 나타나는 지 실감나게 계산해서 기술했다. “초기 1만 달러의 투자(이 금액은 연간 5%씩 증가한다고 가정하자)에 대해 연간 0.2%의 비용은 10년 동안 280달러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2.2%의 투자비용이 든다면 10년간 2810달러에 이른다.” 비용은 2% 차이지만 결과는 10배의 차이가 난다.
펀드비용 절감노력은 원하는 펀드성과를 올리는 데 꼭 필요한 요소다. 그런데 그동안 한 푼의 비용이라도 아껴야하는 투자자 입장에서 무척 불합리하다고 느꼈던 부분이 있었다. 손해가 나고 있는 펀드에 대해서도 변함없는 비율로 펀드비용을 꼬박꼬박 부담하는 점이었는데 손실과 비용의 이중고를 덜어주는 조치를 이달 초 금융감독원이 발표했다. 답답한 투심에 숨통을 트여주는 조치다.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펀드운용 책임강화와 펀드 투자자의 불만족 부분을 줄이기 위해 ‘성과연동 운용보수체계’를 도입 한다』 운용사의 운용성과에 따라 펀드비용(보수)을 정하겠다는 것이다. 운용사가 펀드운용을 잘해서 수익을 많이 내면 운용보수를 제대로 가져가도록 하고, 만일 운용 성과가 저조하면 비용을 깎아서 가져가라는 것이다.
모든 제도가 그렇듯 ‘성과연동 운용보수체계’도 반기는 쪽과 부담스러운 쪽으로 명암이 나뉜다. 그동안 한번 가입하면 꼼짝없이 같은 펀드 비용을 부담해야 했던 투자자들이야 두 손 벌려 환영할 테지만, 보장된 펀드 비용을 받아 펀드운용을 하던 운용사 입장에서는 무거운 부담을 어깨에 짊어지게 됐다.
이 조치는 우선 이달부터 사모펀드를 대상으로 먼저 도입하고 차차 공모펀드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참여자 모두 투자자 우선이라는 대원칙에 공감하고, 뒤쳐진 운용경쟁력을 기르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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