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사, 석유 전자상거래시장 참여…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 등 4곳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4개 국내 정유회사가 오는 7월부터 석유 전자상거래 시장에 참여한다. 이에 따라 전자상거래에서 거래되는 석유는 지금보다 세 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오는 7월부터 국내 정유사 네 곳이 석유 전자상거래 시장에 참여하기로 합의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들 업체는 각각 260만배럴(약 41만㎘)씩 총 1040만배럴의 경유를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거래하기로 했다. 여기에 페트로코리아, 남해화학 등 석유 수입사들이 총 260만배럴을 거래할 계획이다.

이는 모두 1300만배럴(약 207만㎘)로, 국내에서 한 해 동안 소비되는 경유의 10%에 해당하는 양이다. 휘발유도 정유사와 수입사가 연간 국내 소비량의 4% 수준인 총 300만배럴(약 48만㎘)을 거래하기로 했다.

석유 전자상거래 시장은 이명박정부가 치솟는 기름값을 잡겠다며 내놓은 대책 가운데 하나다. 석유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고 온라인에서 가격 경쟁을 통해 기름값이 결정되는 구조를 만들려는 목적으로 지난해 3월30일 한국거래소에 개설됐다. 하지만 국내 정유사가 참여하지 않아 반쪽짜리 전자상거래라는 비판이 있었다.

이번에 정유사가 석유 전자상거래 시장에 참여하게 된 것은 정부가 ℓ당 16원씩 석유 수입 부과금 환급 혜택을 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석유 수입 부과금은 그동안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거래되는 수입 석유에만 환급됐다. 원유를 수입해 국내에서 정제하는 정유사에는 혜택이 없었던 것. 수입 부과금이란 정부의 에너지사업에 활용하기 위해 수입석유와 수입원유에 매기는 부과금을 말한다. 전자상거래에서 거래되는 석유가 주로 일본에서 수입된 것이었기 때문에 역차별 논란도 빚어졌다.

정유사에 석유 수입 부과금 환급 혜택을 주는 대신 수입 석유에 적용됐던 무관세 혜택은 없애기로 했다. 정부는 전자상거래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작년 7월 전자상거래용 수입 경유 300만배럴과 휘발유 70만배럴에 대해 관세 3%를 6개월간 면제했다. ℓ당 20~25원가량 무관세 혜택을 줬다.

개장 초 하루 평균 16만ℓ(경유 기준)에 그쳤던 거래량은 혜택을 부여하기 시작하면서 621만ℓ로 껑충 뛰었다. 이 같은 무관세 혜택 조치는 지난 1월 한 차례 연장됐지만 다음달 30일 종료된다.

정부는 정유사의 참여로 석유 전자상거래 시장이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선 거래물량이 세 배가량 증가하기 때문이다. 수입사 대리점 주유소 등 현재 1578개인 참여업체 수도 대폭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정유사가 참여를 약속했으니 시장 참여자 간 불평등을 없애기로 한 것”이라며 “석유 전자상거래가 활발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조치가 한시적인 효과에 머물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유일한 인센티브인 석유 수입 부과금 환급은 내년 6월 말 종료되기 때문이다. 환급금으로 연간 약 400억원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여 정부가 4개 정유사에 혜택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