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잔에 막걸리' 조수인의 소통법
“1주일에 두 차례 만남을 갖고 있는데, 아마 7월은 돼야 한 번씩은 다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조수인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장(사장·사진)이 ‘막걸리 소통’에 나섰다. 지난해 말 사장단 인사를 통해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에서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장으로 옮겨온 뒤부터 5개월째 임직원들과의 허심탄회한 소통에 힘을 쏟고 있다.

조 사장은 “사업장이 있는 경북 구미와 강원 홍천 등 지방을 다니며 임직원들의 얘기를 듣고 있다”며 “팀별 조직이 50개가 넘어 일정을 잡기도 빡빡하다”고 말했다.

조 사장의 소통은 얼굴만 잠깐 비치고 사라지는 형식적 만남이 아니다. 그는 사업장을 찾으면 오후 4~5시쯤 직원들과 사무실에서 먼저 만난다. 사원부터 부장급까지의 직원들과 2시간가량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대화하며 진행 중인 사업 현황과 애로사항, 개선할 점 등에 대한 얘기를 나눈다.

그는 이때 듣는 현장의 목소리를 꼼꼼히 메모한다. 이후엔 다 같이 저녁자리로 이동하는데, 식당은 달라도 어디든 술 메뉴는 똑같다.

조 사장의 소통주는 막걸리다. 특이하게도 그는 막걸리를 소주잔에 따른다. 소주잔 앞에서 어리둥절해하는 직원들에게 조 사장은 차례로 한 잔씩 따라주며 소통주의 의미를 설명한다. “작은 잔에 조금씩 술을 따르니 자주 건배하며 서로의 마음을 나눌 수 있고 잔이 투명해 상대의 잔이 비었는지 바로 확인하고 다시 채워줄 수 있다”고 했다.

술을 잘 못하는 직원도 한 잔 정도는 부담없이 마실 수 있다. 소주잔 막걸리가 몇 순배 돌면 서먹했던 분위기가 점차 풀어지면서 마음에 있는 진짜 얘기들을 털어놓게 돼 ‘소통의 효과’는 높아진다는 게 조 사장의 귀띔이다.

조 사장의 말대로 ‘소통이 공동의 목표를 향해 가는 힘’이라면 삼성이 신성장동력 사업으로 키워가려는 의료기기사업에서 소통은 어느 사업장보다 절실하다. 의료기기는 이건희 삼성 회장이 강조해온 그룹의 5대 신수종사업 중 하나다. 지난해 조 사장이 사업을 맡으면서 의료기기사업팀은 의료기기사업부로 격상됐다.

윤정현/김현석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