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공기업] 공기업, 창조경제 지원 닻 올렸다
창조경제라는 게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이나 문화와 디자인 같은 소프트웨어 산업에서만 가능한 것일까.

국가 경제의 저변을 이루는 기본 요소들이 창의적이고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것도 창조경제의 한 영역이라고 볼 수 있다. 에너지를 개발·생산·관리하거나 기업들의 수출입 금융과 보험을 지원하며, 도로와 수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개선하는 임무와 역할이 그런 영역에 속한다.

이들 분야가 비효율적이고 비혁신적이라면 경제 혈맥인 각종 인프라 운영 비용이 높아지고 결국 국가 경제의 경쟁력도 떨어지게 된다. 공기업들이 창조경제를 구현할 토대를 구축하는 데 든든한 지원군이 돼야 하는 까닭이다.

○창의적 발상과 경영에 나서

영국 소설가 조앤 K 롤링의 유명 판타지 소설 ‘해리포터’는 1997년 첫 출간 이후 세계적으로 4억부가 팔렸다. 관련 매출만 300조원에 달하고, 같은 이름의 영화 시리즈는 5조9076억원에 이르는 누적 이익을 올렸다. 지난 3월 한국을 찾았던 영국 문화미디어스포츠부(DCMS)의 에드 베이지 창조산업 및 문화커뮤니케이션 담당 부장관은 해리포터를 영국 창조산업 정책의 상징으로 꼽았다.

영국 정부는 1998년 해리포터 전담팀을 두고 롤링을 지원했다. 미혼모로 4개월 된 딸을 키우던 무명의 소설가 롤링에게 매달 창작 보조금을 지급했다. 출판된 소설이 영화 등 다른 미디어와 만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했다. 창조경제가 꽃피울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준 것이다.

공기업 부문 맏형으로 불리는 한국전력의 ‘전력산업 동반성장 박람회’는 창조적 환경 조성의 대표적인 예다. 한전은 국내 처음으로 이 박람회를 지난달 주최해 전력 분야 중소기업이 국내외 판로를 개척하도록 도왔다. 행사에는 32개국 해외 바이어와 주한 외국 대사관 상무관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에너지관리공단은 네트워크와 정보가 부족한 국내 에너지 기업들이 해외로 적극 눈을 돌릴 수 있도록 신재생에너지와 해외 온실가스 저감 사업 같은 분야에서 재정적·기술적 지원을 하고 있다.

○ICT 활용해 사업 활성화

[진화하는 공기업] 공기업, 창조경제 지원 닻 올렸다
‘무’에서 ‘유’를 만드는 것이 창조지만 기존 것을 창의적으로 혁신하는 일도 창조경제와 맥이 통한다. ‘스마트’라는 개념은 ICT를 활용하는 창조경제의 혁신 키워드 중 하나다. 도로공사가 추진 중인 ‘스마트 하이웨이(지능형 고속도로)’, 수자원공사의 ‘스마트 물 관리’, 전기안전공사의 ‘스마트 그리드(지능형 전력망)’가 스마트 개념을 접목하는 사업이다.

스마트 하이웨이는 자동차, 도로 기술에다 정보기술(IT)을 결합해 교통 지체와 정체를 혁신적으로 해결하면서 교통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는 신사업으로 통한다. 전문가들은 4만명 이상의 일자리도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한다. 스마트 그리드는 별도의 전력선이나 충전소 없이 운행할 수 있는 ‘무선충전식 온라인 전기자동차’를 도입할 수 있는 기반 산업으로 주목받는다.

발상을 전환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해 수출기업을 지원하는 공기업도 있다. 수출입은행은 중소기업이 수출시장에서 중견기업 수준으로 경쟁력을 갖추도록 맞춤형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무역보험공사는 수출 중소·중견기업을 위한 무역보험 지원 규모를 지난해보다 11조원 늘렸다. 대기업보다 중소·중견기업에 무역보험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