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열린 지산 록페스티벌.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이 열광하고 있다.
지난해 열린 지산 록페스티벌.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이 열광하고 있다.
‘음악축제 공화국’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 이달부터 오는 8월 말까지 예정된 대형 뮤직 페스티벌만 해도 어림잡아 10개를 넘는다. 마니아들은 벌써부터 달력을 쳐다보며 어떤 페스티벌에 가야 할지 고민이다. 반면 공연업계에선 시장 규모에 비해 페스티벌이 너무 많아져 몇몇 페스티벌은 ‘구조조정’ 과정을 밟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쏟아지는 뮤직 페스티벌…출혈 경쟁 예고

○뮤직 페스티벌 숫자 역대 최다

올해에는 어느 때보다 많은 뮤직 페스티벌이 열린다. 본격적인 신호탄을 쏘아 올리는 것은 오는 17~18일. 이때에만 ‘서울재즈페스티벌’ ‘그린플러그드서울 2013’ ‘자라섬 리듬앤바비큐 페스티벌’ ‘월드DJ페스티벌’ 등 4개 행사가 펼쳐진다.

제이슨 므라즈와 시규어 로스의 내한 공연도 17일과 19일 각각 열리는 것을 감안하면 이 기간 동안 총 6개의 대형 공연이 한꺼번에 열리는 셈이다.

여름에도 상황은 비슷하다. 7월 말부터 ‘안산밸리 록페스티벌’ ‘현대카드 시티브레이크’ 등 6개의 대형 페스티벌이 잇따라 열리고, 8월2~4일에는 ‘인천 펜타포트록페스티벌’ ‘지산월드록페스티벌’ ‘부산국제록페스티벌’이 동시에 진행된다.

장르도 다양해졌다. 지난해 처음 열려 좋은 반응을 얻었던 일렉트로닉 음악 축제 ‘울트라뮤직페스티벌코리아’가 ‘울트라 코리아’로 이름을 바꿔 6월14~15일 열린다. 여성 음악인들의 축제를 표방한 ‘뮤즈 인 시티’도 올해 첫선을 보인다.

○저작권 침해 소송도

페스티벌의 숫자가 크게 늘면서 업체들의 경쟁도 치열해졌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을 주최했던 CJ E&M은 지산포레스트리조트와 계약이 만료되면서 올해부터 경기 안산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산 측은 올해부터 독자적으로 ‘지산 월드록페스티벌’을 열기로 했다.

CJ E&M은 지산이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저작권침해금지 및 부정경쟁행위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레이디 가가, 비욘세, 빌리 조엘 등의 공연을 성사시킨 공연계의 ‘큰손’ 현대카드도 올해 처음으로 뮤직 페스티벌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 3일 출연진을 공개하지 않은 채 ‘블라인드 티켓’을 판매했는데 1500장이 5분 만에 매진됐다. 현대카드는 9일 헤드라이너(공연에서 가장 중요한 아티스트)를 발표할 예정이다.

○지금 과도기… 구조조정 불가피

마니아들의 반응은 일단 호의적이다. 다양한 종류의 음악을 들을 수 있어서다. 대학생 배진숙 씨(25)는 “취향에 맞는 음악을 찾아 들을 수 있어 좋긴 한데 비슷한 시기에 몰려 있어 아쉽다”고 말했다.

반면 업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뮤직 페스티벌 참가 인원은 예년과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이는 반면 행사 숫자는 크게 늘면서 수익률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세환 소니뮤직 차장은 “페스티벌 숫자가 늘어나면서 헤드라이너에 따라 흥행이 결정되는 구조가 됐다”며 “이들의 출연료도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상황을 과도기로 보고 있다. 음악 시장의 구조가 음원·음반에서 공연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 배순탁 음악평론가는 “조만간 몇몇 뮤직 페스티벌은 퇴출될 가능성이 높다”며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페스티벌만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