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S4 디자인을 총괄한 장동훈 삼성전자 디자인전략팀장(부사장·사진)을 지난 2일 ‘서울디지털포럼(SDF) 2013’이 열린 쉐라톤디큐브시티호텔에서 만났다. 2006년 삼성에 입사한 장 부사장은 1200여명의 삼성전자 디자이너를 총괄하고 있다. 갤럭시S·노트 시리즈의 디자인과 사용자 경험(UX) 개발을 총괄했다.
장 부사장에게 정보기술(IT) 기기를 디자인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에 대해 묻자 “디자인이 ‘제품의 외관’으로만 치부되는 시대는 끝났고, 제품에 가치를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현대 사회를 사는 사람들은 늘 어딘가 불안해요. 이들을 ‘힐링’할 수 있는 ‘자연 친화적’인 가치를 S4에도 담아보려고 했어요.”
최근 출시된 갤럭시S4가 ‘미니멀 오가닉(절제된 자연스러움)’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디자인된 갤럭시S3와 비슷하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S4는 ‘센서리 오가닉(감각적인 자연스러움)’이란 주제로 디자인해 S3보다 더 고급스럽고 절제된 느낌을 줬다”고 말했다. S3가 자연을 닮은 ‘수묵화’라면 S4는 거기에 화려함을 더한 ‘수채화’라는 설명이다.
“S3가 ‘자연 그대로’를 표현하려고 했다면 S4에서는 거기에 화려한 느낌을 담았어요. S3의 옆면, 뒷면엔 모두 곡선을 사용했고 제품 이름도 조약돌 이름을 차용했죠. ‘민들레 홀씨’나 ‘조약돌’ 같은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게끔요. 하지만 S4의 전원과 홈버튼 등엔 금속 소재를 사용하고, 배터리 커버에는 보석을 연상시키는 무늬를 줬어요. 흰색과 검은색만 나온 상태지만 앞으로 고급스러운 보석을 연상시키는 색을 적용한 제품을 내놓을 예정입니다.”
장 부사장은 UX 디자인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다.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사용하는 제조사들의 스마트폰 UX는 아직 그들만의 ‘차별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는 “‘알아서 다 해주는 비서 같은 스마트폰’이 삼성의 UX가 궁극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폰이 주변 상황을 알아서 인지해 나에게 ‘맞춤형’ 정보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끔 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갤럭시S4가 나온 지 얼마 안 됐지만 장 부사장은 하반기 내놓을 갤럭시노트3 등으로 여전히 바쁘다. “유행이 워낙 빨리 바뀌는 시장이기 때문에 특정 가치를 몇 년 이상 끌고 가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에요. 하지만 삼성전자가 IT 기기를 디자인하면서 잊지 않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미니멀리즘(단순함)’과 ‘혁신성’입니다. 앞으로도 이 중심이 흔들리는 일은 없을 겁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