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닌 드라이버·마리스카 반 알스트 지음 / 이지연 옮김 / 21세기북스 / 452쪽 / 1만7000원
《거짓말을 간파하는 기술》의 저자 재닌 드라이버가 선택한 답은 1번이다. 저자에 따르면 거짓말을 할 때에는 질문을 우회하거나 시간을 끄는 경우가 많다. 질문을 하고 나서 상대가 부정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말을 늘어놓는지 관찰하면 상대의 진정성을 가늠할 수 있다. 세 단어 이상 끼어든다면 거짓일 가능성이 높다. 또 ‘절대’라는 표현을 써서 발끈할 때도 뭔가 숨기거나 진실을 감추려는 의도다.
“정말이라니까. 내 친구한테 물어봐”라는 말과 함께 극단적 표현을 섞어 자신의 이야기가 진실이라고 주장하는 사람과, 눈을 잘 마주치지 않으면서 얘기하는 사람 중에 누가 거짓말쟁이일까. 저자는 전자를 지목한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전달보다는 설득하려는 경향이 있다. 자신의 말을 믿게 하려고 애쓰기 때문에 불필요한 행동이나 형용사를 사용한다는 설명이다. 이야기할 때 단순히 눈을 마주치는 횟수나 시간만으로 진실과 거짓을 가릴 수는 없다. 대신 평소보다 눈을 오래 맞추거나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면 ‘거짓말 탐지 능력’을 가동해야 할 때다.
미국에서 거짓말 탐지와 보디랭귀지 분석의 권위자로 꼽히는 저자는 이 책에서 주류·담배·총기 단속국(ATF) 등에서 일한 현장 경험과 이론을 바탕으로 거짓말을 간파하는 기술과 그 기술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저자는 ‘거짓말 탐지의 세계’를 5단계로 구분한다. 1단계 ‘정보 수집’은 상대의 평소 말과 행동에 관한 밑그림을 그리고, 2단계 ‘도청’은 진술 분석을 통해 이면에 감춰진 것을 암시하는 단어나 표현을 포착하는 것이다. 3단계 ‘잠복근무’는 비언어적 표현이나 실수를 놓치지 않고, 1단계에서 그린 평소의 말과 행동에서 벗어나는 변화를 알아채는 것, 4단계 ‘전신 검사’는 온몸의 미세한 움직임을 해독하는 것이다. 5단계 ‘심문’은 수집한 정보를 종합한 뒤 몇 개의 질문을 던져 진실과 거짓을 밝히는 과정이다.
저자는 단계별로 거짓을 의심해야 할 기준을 제시하고 활용할 수 있는 기법을 설명한다. 또 책에서 설명한 기술을 익힐 수 있는 연습 과제도 내준다.
사람은 누구나 기계가 따라올 수 없는 내면의 ‘거짓말 탐지기’를 가지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너무 많은 거짓말에 노출되고 거짓이 진실로 둔갑하는 현실에 익숙해지다 보니 탐지기가 녹슬고 먼지가 쌓였을 뿐이라는 것. 탐지기에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사용 매뉴얼을 익혀 작동시키라고 저자는 제안한다.
그렇다고 누군가를 무조건 의심하고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신뢰하라고 조언한다. 우리가 찾아내야 할 것은 거짓이 아니라 진실이라는 것이다. 모든 사람을 의심하는 피해 망상증에 걸리기 전에 거짓말 탐지 능력을 키우고 거짓에 맞서는 대처 요령을 익힘으로써 거짓이 가져올 수 있는 폐해를 방지하고, 진실하고 만족스러운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비법으로 삼으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