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와인의 본고장 프랑스 보르도의 와인 가격을 뒤흔들고 있다. 160개 프랑스 와인의 실시간 거래가를 보여주는 ‘보르도 지수(Bordeaux Index)’는 2011년 6월 최고치인 150을 기록한 뒤 40% 이상 거품이 빠졌다가 지난해 회복세로 돌아섰다. 중국 와인 시장 규모가 2011년 말부터 2000억위안(약 36조원)대에 진입한 효과다.

미국 경제방송 CNBC는 중국과 보르도 와인의 역학관계를 다룬 다큐멘터리 ‘레드 옵세션’을 인용해 중국 와인 수요가 늘면서 프리미엄 와인의 상징인 보르도 지역 와인 가격도 덩달아 치솟고 있다고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와인 시장은 2570억위안(약 46조원) 규모다. 이 추세대로라면 3년 안에 4100억위안(약 74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8년 1월 시작된 ‘보르도 지수’는 2011년 6월 150을 찍은 이후 하락세를 이어가다 지난해 말부터 반등을 시작, 현재 130선에 머물고 있다.

CNBC는 중국인들이 고가의 제품을 선호하는 현상이 와인에도 적용돼 다른 지역보다 가격이 높은 보르도산 와인에 특히 집중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상 등급 보르도 와인은 2만3200달러(약 2600만원)에 달한다.

중국 바이어들이 보르도 와인에 쏠려 가격 상승을 주도하자 전통적인 소비자였던 미국 영국 바이어들은 점차 보르도에서 눈을 떼는 추세다. 반면 보르도 와인업계는 적극적으로 중국 공략에 나서고 있다. 보르도 대표 와이너리인 샤토 무통 로쉴드(사진)는 2010년 중국 시장을 겨냥해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행운의 숫자 ‘8’을 병에 새겨넣은 2008년 빈티지 와인을 특별 판매했다. 결과는 성공작이었다. 순식간에 매진된 것이다.

중국의 보르도 쏠림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레드 옵세션’의 워익 로스 감독은 “중국이 게걸스럽게 보르도 와인을 집어삼키면서 귀한 빈티지는 씨가 말랐다”며 “프리미엄 보르도 와인의 빈 병에 가짜 와인을 넣어 파는 암시장도 생겨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