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다르지 않다"…접점 모색하는 한은·기재부
새 정부 출범 이후 금리인하 여부와 경기를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 등으로 미묘한 대립양상을 보여왔던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각자 입장에서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26일 “한은과 경기인식이 다르지 않다”며 한은의 총액한도대출 확대를 높이 평가했고 김중수 한은 총재는 “성장률이 얼마든 잠재성장률보다 낮다”며 전날 발표했던 1분기 ‘깜짝’ 성장(전기 대비 0.9%)의 의미를 축소했다.

이는 그동안 “미약하나마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김 총재의 진단과 줄곧 경기의 불안정성을 강조해온 현 부총리의 인식이 접합점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현 부총리는 이날 국회에서 “한은이 최근 기준금리를 내리진 않았지만 성장률 전망치를 낮췄고 양적완화에 해당하는 총액한도대출도 늘린 점 등으로 미뤄볼 때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은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추가경정예산 국채를 발행할 때 한은 측에 인수를 제안할 필요가 있다는 이만우 새누리당 의원의 질의에 대해 “금리가 상당히 상승할 가능성이 있으면 인수를 요청할 수 있다”면서도 “현 단계에선 국채 수요가 많아 요청할 의사가 없다”고 답했다.

김 총재도 서울 남대문로 한은 본점에서 열린 시중은행장과의 금융협의회에서 “성장률을 얼마로 보든지, 확실한 것은 잠재성장률만큼은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GDP갭(잠재성장률과 실제성장률 간 차이)이 마이너스인 상태가 상당기간 지속할 것이라는 인식을 (정부와)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총재는 특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추경 편성을 강력하게 지지하는 목소리를 냈다.

그는 한국 경제의 5대 위험요인으로 △엔저 지속 △마이너스 GDP갭 △잠재성장률 하락세 △가계부채 심화 △중소기업 경쟁력 저하 등을 꼽은 뒤 “잠재성장률이 경제위기 이후 낮아지고 있는데 창조경제는 이를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고, 추경도 그런 맥락에서 필요하고 (잠재성장률 제고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발표 이후 정부의 추경 편성 명분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서정환/이심기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