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해운업, 5월 운임인상 승부 "지금 요금 수준으론 올해도 적자 불가피"
국내 1, 2위 해운사인 한진해운현대상선이 올 하반기 컨테이너 운반선 운임 인상을 추진한다. 적자 탈출을 위해 승부수를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

21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다음달부터 아시아~유럽 노선 운임을 올릴 계획이다. 이 회사는 올 들어 줄곧 노선별로 나눠 운임 인상을 추진해왔다. 앞서 이달 초에는 미주 서부 구간 운임을 20피트 컨테이너(TEU) 1개당 320달러(40피트 기준으로는 600달러 안팎) 올렸다.

업계 2위 현대상선도 5월 유럽 구간 운임 인상을 타진한다. 서부 해안 구간을 40피트 컨테이너(FEU) 1개당 700달러 올릴 계획이다. 현대상선은 이 구간 운임을 지난달 700달러, 이달 550달러 각각 인상할 계획이었지만 화주와의 협상이 원활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아시아 구간도 300~500달러 인상 계획을 갖고 화주와 협의를 시작했다.

해운사들이 지속적으로 요금 인상을 시도하는 이유는 올해도 흑자 전환이 힘들 것이라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어서다. 컨테이너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작년 매출의 각각 80%, 70%를 차지하는 주력 사업 부문이다. 각각 총 매출의 15%와 25%를 차지하는 건화물(벌크) 부문은 화물선 공급 과잉과 건화물운임지수(BDI) 하락 등으로 수익성이 더 나쁘다. 앞으로 컨테이너선 운임 인상 시도 결과에 따라 흑자 전환 여부가 갈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컨테이너 운반 요금은 중국발 컨테이너운임지수(CCFI) 등 노선별 운임지수를 기본으로 노선 길이와 화물 종류에 따라 화주별로 개별 협상해 결정한다.

두 회사는 올해 흑자 전환을 위해 자산 매각까지 진행했다. 한진해운은 지난달 4000TEU급 컨테이너선을 그리스 선사에 팔았고 현대상선도 29만DWT(실을 수 있는수)급 유조선을 매각해 약 200억원의 현금을 챙겼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지난해 각각 1435억원과 5197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올해도 중국 춘제 특수 등의 실종으로 분위기가 어둡다. 증권사들은 두 회사가 올 1분기 각각 600억~700억원대의 영업적자를 발표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해운경기 흐름을 보여주는 CCFI는 지난해 1300대에서 지속적으로 하락, 현재 1100대에 머물러 있다.

한가닥 희망은 미국 경기다. 중국발 미주 노선의 수요가 늘면 실적 개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현재 미주 노선에선 컨테이너선을 채우는 비율(소성률)이 90% 중반에 달해 요금 인상 요인이 있다”며 “하반기 추수감사절 물량이 대거 운송되는 2분기 이후 시황이 한층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실제 요금 인상으로 이어지기가 쉽지만은 않고 전체 물동량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유럽 시황이 여전히 나쁘다는 게 고민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해운사들이 운임을 올려 수익성 개선을 노리고 있지만 작년 말부터 컨테이너 운임을 몇 차례 올린 뒤라 추가 인상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