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화 감독이 16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CT포럼 행사에서 대작 3D 영화 ‘미스터 고’의 제작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김용화 감독이 16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CT포럼 행사에서 대작 3D 영화 ‘미스터 고’의 제작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3차원(3D) 영상산업을 키우려면 무엇보다 영화를 잘 만들어야 합니다. 그동안 개봉된 몇 편의 3D 영화는 형식과 내용이 부실해 외면받았어요. 3D는 현실화의 한 도구입니다. 흥미로운 이야기를 정교한 3D 기술력으로 지원해야 대중을 움직일 수 있습니다. 제 작품은 두 가지 요소를 잘 결합했다고 자부합니다. 순수 국산 기술로 만든 영화로 세계시장에 도전장을 던지겠습니다.”

올여름에 개봉할 300억원 규모의 한·중 합작 3D 영화 ‘미스터 고’의 김용화 감독(42)은 경기 파주시 문발동에 있는 자신의 스튜디오 덱스터필름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 감독은 ‘오 브라더스’ ‘국가대표’ ‘미녀는 괴로워’ 등으로 3연속 흥행 홈런을 날린 인물. 그는 내달 21~2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서울국제3D페어’의 기조연설자로 나서 3D 영상을 처음 공개하는 쇼케이스를 열 예정이다. ‘미스터 고’는 야구하는 고릴라 링링과 그의 15세 매니저 소녀 웨이웨이가 한국 프로야구단에 입단해 슈퍼스타가 돼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링링은 미세하게 움직이는 털 한 올까지 살아 숨 쉬는 고릴라 캐릭터예요. 100% 한국 컴퓨터그래픽(CG) 기술로 만들었습니다. 여기에 모션캡처(사람을 실사로 찍은 뒤 CG를 이용해 고릴라로 바꾸는 기술)를 도입, 전 과정을 3D 리그 카메라로 찍어 입체감이 두드러지게 살렸어요.”

리그란 3D 입체영상을 촬영하기 위해 두 대의 카메라를 정밀하게 결합시키는 특수 장비다. 그는 ‘아바타’를 100번쯤 보면서 3D 촬영술을 터득했다고 한다. 1년간 연구·개발을 거쳐 모든 특수효과를 동일한 공정에서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덕분에 할리우드보다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면서도 완성도를 높였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 작품을 할리우드에서 만들었다면 CG 비용만 500억원 이상 투입됐을 겁니다. 영화 ‘라이프 오프 파이’의 경우 살아 움직이는 호랑이 등을 CG로 구현하는 데 150샷에 600억원 이상 들었어요. 제 작품에는 고릴라가 등장하는 장면만 900샷입니다. 입체 리그로 찍고 800샷 이상 크리처(생명체)를 넣은 감독은 세계적으로 제임스 캐머런(아바타)과 피터 잭슨(킹콩)밖에 없습니다.”

중국 화이브러더스가 500만달러를 투자한 이유도 야심 찬 기획과 김 감독의 능력을 신뢰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중국 측은 ‘미스터 고’를 1만개의 3D 스크린에서 개봉할 예정인데 중국 사상 최대 규모라고 해요. 중국은 연간 200여편의 3D 영화를 만드는 세계 최대 3D 영화 강국입니다. 기술력은 그다지 높지 않지만요.”

김 감독이 직접 시나리오를 쓴 ‘미스터 고’는 고릴라를 통해 교만하고 불행한 우리 자신을 우회적으로 돌아보게 하는 이야기다. 허영만의 만화에서 영감을 받아 재구성했다.

“링링은 영웅이라기보다는 정서적으로 대중과 교감할 수 있는 크리처입니다. 공감은 자신과 비슷할 때 옵니다. 나쁜 사람이 덜 나빠졌을 때 대중에게 감동을 준다고 믿습니다. 그게 제 영화의 본질입니다.”

한국 영화의 지평을 세계로 확대하겠다며 흥행 보너스로 번 돈을 디지털스튜디오 만드는 데 전부 투자한 그의 각오가 다부지다. “인생의 황금기를 스스로 낭떠러지에 세웠습니다. 구태여 모험할 필요는 없지만 삶에 자극을 주고 싶었어요.

파주=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