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4월11일 오전 5시25분

[마켓인사이트] CJ그룹이 '사모' 하는 이유
CJ그룹 계열사들이 잇따라 ‘사모(私募)’ 형태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증권신고서를 내지 않아도 되고 수요예측도 면제되는 사모 회사채나 장기 기업어음(CP)을 속속 발행하고 있다. 우량 회사채에 대한 기관투자가들의 수요가 많은 만큼 공모사채를 발행할 때에 비해 금리 측면에서 손해볼 게 없는 데다 절차도 간단하기 때문이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은 지난 10일 사모사채 1500억원어치를 발행했다. 만기는 5년2개월11일이고, 금리는 연 2.93%다. 투자자 수요에 맞게 만기를 맞춰주는 대가로 채권평가사들의 공모사채 5년물 평가금리(연 3.04%)보다 오히려 낮은 이자로 자금을 조달했다.

앞서 CJ제일제당도 5일 1000억원 규모의 5년 만기 장기 CP와 1000억원짜리 7년 만기 사모사채를 동시에 발행했다. 식자재유통업체인 CJ프레시웨이도 지난 2월 400억원의 3년 만기 장기 CP를 발행했다. CJ푸드빌은 올 들어서만 CP 발행 잔액을 1100억원 늘렸다. 사모사채와 CP는 투자자가 50인 미만으로 제한되지만, 증권신고서를 내지 않아도 되고 수요예측도 면제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CJ제일제당은 앞으로 자금을 조달할 때 CP나 사모사채를 최우선적으로 생각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상태”라며 “CJ 계열사들의 사모사채 발행 움직임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CJ 계열사 같은 우량 기업들이 최근 사모사채로 옮기고 있어 공모사채 시장이 위축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정부 정책에 따라 공모사채 발행 기업들은 작년 4월부터 수요예측을 의무적으로 실시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공모사채 발행기간이 길어진 데다 투자수요(참여금액)도 공개해야 하는 등 발행 기업의 부담이 커지자 사모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