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평생 선방에서 수행하다 폐암에 걸린 비구니 스님을 천주교 호스피스 시설에서 배웅하게 됐어요. ‘출가수행자들이 편히 삶을 마감할 수 있도록 병원을 지어달라’던 그 스님의 말이 저에게 비수처럼 꽂혀 완화의료 전문병원을 짓게 됐지요.”
능행 스님이 호스피스 활동을 시작한 것은 1988년부터다. 15명의 봉사자로 자비회를 구성해 수행과 돌봄을 함께하다 1999년 충북 청원군 미원면에 15명 병상의 독립형 완화의료 시설 ‘정토마을’을 만들었다. 이후 입원 대기자가 늘어나면서 완화의료 전문병원을 짓기로 하고 2002년부터 전국을 다니며 모금활동에 나섰다.
“전국의 사찰과 불교단체 등을 다니며 강연과 모금활동을 벌여 왔는데 매년 자동차로 달린 거리가 15만㎞를 넘어요. ”
이달 말 환자 수용이 가능한 이 병원은 약 2만9700㎡의 터에 지하 1층·지상 3층, 108병상 규모로 지어졌다. 1층에는 완화의료 및 희귀난치성 병동, 2층에는 재활병동, 3층에 스님들을 위한 승가요양 전문병동이 들어선다. 땅값을 제외한 토목·건축비만 100억원. 지금까지 들어간 80억원은 불교계 지도자들과 7000여명의 후원자들이 십시일반으로 낸 기부금으로 마련했다. 능행 스님은 “공사비는 줘야 하는데 모금이 잘 되지 않아 심장이 멎을 뻔한 위기도 세 차례나 겪었다”며 “남은 공사비 20억원을 마련하는 것도 걱정”이라고 했다. 개원 후 원활한 운영을 위해 후원자를 3만명 이상 확보하는 것도 과제다.
자재병원은 청원의 정토마을과 달리 유료 병원이다. 능행 스님은 “형편이 되는 분들이 낸 입원·치료비가 가난한 환자들에게 혜택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이것이 공존을 위한 나눔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또 “자재병원은 종교와 계층에 관계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며 “사람들이 고통의 바다를 건너도록 다리 역할을 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052)255-8588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