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아트센터에서 10~14일 공연될 윌리엄 포사이드의 현대무용 ‘헤테로토피아’. Dominik Mentzos
경기 성남아트센터에서 10~14일 공연될 윌리엄 포사이드의 현대무용 ‘헤테로토피아’. Dominik Mentzos
“아무런 메시지도 주지 않고, 어떤 메시지도 던지지 않습니다. 공연이란 환경 속에서 어떤 것이 나타날 수 있는지 끊임없이 시도하고 도전합니다.”

혁신적 안무가 윌리엄 포사이드 방한…"현란한 몸짓에 연극·미술 융합했죠"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안무가로 손꼽히는 윌리엄 포사이드(64·사진)가 그의 무용단을 이끌고 최근 방한했다. 10~14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그의 대표작인 ‘헤테로토피아’를 공연하기 위해서다. 한국에 처음 온 그는 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작품에 담긴 메시지에 대한 질문에 “과학자처럼 목적을 가지고 작품을 만들지 않는다”며 “무엇을 표현하기 위해 작업하는 것은 아니다”고 답했다.

포사이드는 발레의 한계를 확장하는 혁신적인 안무로 고전 발레가 현대 무용으로 옮겨오는 데 크게 기여했고, 21세기 춤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거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인인 그는 1970년대 초 유럽 무대에 무용수로 등장해 1984년부터 20년간 프랑크푸르트발레단 예술감독을 지내며 수많은 모던 발레 작품을 창작했고 뉴욕시티발레단, 영국 로열발레단, 파리오페라발레단 등 세계 유명발레단의 주요 레퍼토리도 그의 안무를 거쳤다. 2005년 ‘포사이드 컴퍼니’를 창단한 이후 철학과 미술 건축 영상 등을 결합한 급진적이고 실험적인 예술을 선보여 왔다.

이 무용단의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작품이 2006년 초연한 ‘헤테로토피아’다. 그는 “소리에 집중된 공연으로 보는 데 힘이 들 수도 있다”며 “한쪽 방에서는 무용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콘서트가 벌어지고 콘서트는 다른 방을 위한 음악으로 무용수들은 춤을 출 때 음악을 지휘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작품은 일반 공연장의 객석을 없앤 공간에 설치 미술과 연극적 요소를 끌어들였다. 무대는 책상으로 가득한 공간과 검은 텅 빈 공간으로 나뉘고 관객들은 무용수들의 알 수 없는 음성과 몸짓을 그들의 땀방울과 숨소리를 느낄 수 있을 만큼 가까이서 관찰한다. 포사이드는 “연극처럼 보이지만 무용수들의 목적은 하나의 음악을 구현하는 것”이라며 “관객들이 공연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두 공간을 계속 옮겨 다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연장인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의 일반 객석은 막으로 차단되고, 무대 뒤편(백스테이지)까지 이 작품의 공간으로 사용된다. 무대에 오를 수 있는 관객은 최대 300명까지다. 그는 “이 작품은 그동안 일반 극장이 아닌 큰 창고 같은 곳에서 공연해 왔다”며 “대극장 무대 공연은 어떤 느낌을 만들어낼지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