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4월9일 오후 3시45분
[마켓인사이트] 非상장 계열사는 그룹 '자금줄'…돈줄 마른 주력사 고배당 지원
일부 알짜 비상장사들이 수천억원대 고배당으로 그룹의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다. 주력 계열사들의 영업이 부진하거나 그룹 차원의 신규사업을 위한 투자 재원이 필요한 경우 비상장 계열사의 고배당 성향은 더욱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부실한 모기업이 알짜 비상장 계열사의 돈을 수혈받는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SK 등 비상장 계열사 부각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SK그룹의 도시가스사업을 총괄하는 SK E&S는 올해 배당총액을 5130억원으로 결정했다. 지난해 배당총액 2000억원의 2.5배가 넘는 액수다. SK E&S가 지난해 벌어들인 순이익 5479억원의 93.6%를 배당으로 쓰는 셈이다.

SK E&S의 배당을 받게 되는 SK(주)(지분율 94.13%)는 지난해 순이익이 44.2% 감소했다. 그룹의 양대 축인 SK텔레콤과 SK이노베이션의 실적이 악화된 데다 SK해운이 순손실을 내고 SK건설은 대규모 충당금을 쌓은 영향이다. 이런 가운데 SK E&S는 그룹의 ‘캐시카우’로 자리잡고 있다.

철강업황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포스코 역시 비상장 계열사들이 현금을 밀어주고 있다. 지난해 상장을 철회했던 포스코특수강은 순이익이 47% 감소했음에도 포스코에 지급하는 배당금은 두 배 늘어난 79억원으로 결정했다. 포스코건설 배당금도 65억원에서 275억원으로 급증했다. 포스코건설의 자회사인 포스코엔지니어링은 지난해 순이익 11억원에 배당 275억원으로 배당성향(순이익 대비 배당총액)이 438%에 달했다.

삼성코닝정밀소재는 매년 1조원 이상 고배당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1조8200억원에 이어 올해도 1조3300억원에 달하는 현금배당을 한다. 최대주주는 삼성전자의 액정표시장치(LCD) 사업부가 분사해 출범한 삼성디스플레이다. 그동안 LCD 사업부가 고전한 상황이어서 삼성코닝의 대규모 배당은 ‘가뭄에 단비’가 되고 있다.

◆배당 받아 그룹 신규 사업 지원

한화케미칼과 대림산업이 지분 50%씩 투자한 여천NCC는 한화그룹과 대림산업그룹 등 두 그룹의 든든한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여천NCC는 지난해 순이익이 40% 감소한 가운데 2011년과 같은 40%의 배당성향을 유지, 두 그룹에 1000억원씩 총 2000억원을 안겨줬다. 한화케미칼은 태양광 투자 재원을 확충해야 하고, 대림산업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 위험이 있어 여천NCC에서 받은 현금배당은 적잖은 도움이 될 전망이다.

미국 셰브론과의 합작사인 GS칼텍스의 배당성향은 40%에 달한다. GS칼텍스의 배당은 신규사업을 위해 지난해 출범한 GS에너지로 들어간다. GS에너지 역시 설립 첫해부터 순이익의 절반이 넘는 1468억원을 (주)GS에 배당으로 지급한다.

풀무원다논 풀무원샘물 힐리언스 등 계열사들이 적자를 낸 풀무원홀딩스는 풀무원식품에서 약 50억원의 배당을 받는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