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가 빠르게 고령화 시대에 진입하면서 직장에서 은퇴한 ‘베이비부머’들이 인생 2막을 위해 ‘실버창업’에 뛰어들고 있다. 그런데 창업은 위험한 모험이다. 청년이라면 실패를 해도 인생 전체에 먹구름이 뒤덮이는 심각한 타격은 입지 않는다. 젊음이란 자산이 남아있어 같은 실패만 되풀이하지 않으면 실패도 미래의 성공 키워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인생 후반기에 시작하는 창업은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제한된 리스크가 존재할 때만 시작해야 한다. 불황이 겹치면서 현재 창업 시장은 ‘전쟁터’로 불릴 만큼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왕 전쟁터에 나섰다면 제대로 된 병서에서 가게 창업의 성공 실마리를 찾아보는 것이 현명하다. ‘손자병법’에 ‘전쟁은 백성의 생사와 나라의 존망이 걸려있으니 도· 천· 지· 장· 법을 잘 살펴 판단해야 한다’는 글귀가 있다.

도(道)는 전쟁에 대한 대의명분으로 백성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용감히 싸울 힘의 원천이다. 천(天)은 시기가 적절한가를 판단하고, 지(地)는 전장의 유·불리를 계산해 작전을 짜고, 장(將)은 능히 승리로 이끌 장수가 있는가 보고, 법(法)은 군대의 편성과 규율, 그리고 전쟁물자의 철저한 준비를 뜻한다.

이것을 창업과 연관시켜 풀이해보자. 사업 아이템은 반드시 세상에 이로운 것을 선택하고 해당 제품에 대해 고객의 필요 욕구가 강한지 파악해야 한다. 또 아이템과 어울리는 입지와 상권을 제대로 따져 정하고, 스스로 남보다 잘할 수 있는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점포를 운영하는 창의적 노하우를 갖춰야 하는데, 그중에서 풍수와 관련된 항목이 ‘지(地)’이다. 점포의 입지와 건물, 그리고 주변 환경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장사는 목이 좋아야 한다는 말을 귀가 아프도록 듣지만 그런 점포가 임대로 나오는 경우는 별로 없다. 나온다 해도 권리금이 비싸 초보 창업자에겐 위험 부담이 크다. 풍수 경전에서 망하지 않을 점포를 찾는 지혜를 구해 보자.

‘황제택경’에선 ‘5실(五實)’을 갖춘 집에 살면 재물이 늘어나고 복록이 따르지만 ‘5허(五虛)’에 해당하는 집은 살림이 갈수록 궁핍해지고 가세가 기운다고 말했다.

5실의 첫째는 크기가 작으면서 식구가 많은 집, 둘째는 집의 규모에 비해 대문이 작은 집, 셋째 가축이 잘 크고 초목이 잘 자라는 집, 넷째 담장이나 울타리가 바르게 세워진 집, 다섯째 물길이 집을 감싸듯하고 남쪽이나 남동쪽을 향해 흐르는 곳이다. 5허는 정반대 상황이다.

이것을 가게 창업에 적용하면 우선 점포는 손님이 북적댈 정도로 약간 작은 규모의 것을 임차해야 한다. 현관에는 자동문 대신 쌍여닫이문을 설치하되 평소에는 한쪽 문만 이용해 출입하는 것이 좋다. 인테리어는 깔끔하고 분위기 좋게 안팎을 치장해야 한다. 자물쇠는 튼튼해야 한다. 도로와 접하되 행인의 소통이 많은 남향 혹은 남동향이 좋다.

5실을 고려하지 않는 가게 창업은 마치 흙으로 만든 소를 잡아끄는 것과 같다. 남보다 백배의 노력을 기울여도 성과는 늘 보잘 것 없고, 천금이 눈앞에 있어도 내 것이 되지 못하고 도망을 간다.

한국의 경제 성장을 이끌었던 베이비부머들이 인생 역경을 딛고 보다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고제희 <대동풍수지리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