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화되는 北리스크] 외국인, 19개월만에 최대 6808억 순매도
코스피지수가 5일 30포인트 이상 급락하며 연중 최저치로 추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7개월래 최고치로 치솟는 등 금융시장 불안이 이틀째 이어졌다. 북한의 전쟁 위협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는 가운데 일본중앙은행(BOJ)이 전날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공격적인 양적완화 정책을 발표한 여파다.

코스피지수는 이날 32.22포인트(1.64%) 하락한 1927.23에 마감, 지난 2월7일 기록한 연중 최저치(1931.77)를 경신했다. 외국인이 6808억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도하며 주가를 끌어내렸다. 이날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2011년 9월14일(6873억원) 이후 최대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5거래일 동안 1조3933억원어치를 내다 팔았다.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이 대거 순매도에 나서자 원·달러 환율은 급등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8원 오른 1131원80전에 마감, 작년 9월6일(1133원80전) 이후 최고치로 올라섰다. 지난 4일 6원30전 상승한 데 이어 이틀 만에 14원30전이나 올랐다.

전문가들은 한국 금융시장이 당분간 불안정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연평도 포격 등 과거 사례에 비춰볼 때 북한이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 등을 감행할 경우 코스피지수가 10% 이상 더 빠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다만 코스피지수가 1900선을 전후해서는 반등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코스피지수가 1900이면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에 해당하는 수준”이라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심각한 경제위기 상황이 아니면 코스피지수가 PBR 1배 밑으로 크게 떨어진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채권시장은 이날 강세를 보였다. 북한 및 일본 이슈보다 오는 1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기대가 더 크게 작용한 결과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0.04%포인트 하락(채권 가격 상승)한 연 2.44%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편 일본 증시는 급등했다. 닛케이225지수는 이날 1.58% 오른 12,833.64에 마감했다. 오전 한때 3%대 급등세를 보이기도 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일본 증시는 연초 대비 25% 상승했지만 양적완화 정책 확대로 금리가 급락하고 엔·달러 환율이 상승(엔화 약세)하자 주식시장의 상대적인 매력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며 “일본 증시가 아시아 증시에 투자하는 글로벌 자금을 흡수하는 스펀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동윤/이태호/김주완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