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왜 사랑에 빠질까…꿈은 왜 꿀까…무엇이든 뇌에게 물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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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행동·감정·기억, 뇌속 신경세포서 비롯
전자공학 전공한 저자 "뇌를 이해해야 나를 안다"
600개 그림으로 설명
그림으로 읽는 뇌과학의 모든 것
박문호 지음 / 휴머니스트 / 784쪽 / 5만8000원
전자공학 전공한 저자 "뇌를 이해해야 나를 안다"
600개 그림으로 설명
그림으로 읽는 뇌과학의 모든 것
박문호 지음 / 휴머니스트 / 784쪽 / 5만8000원
인간은 왜 잠을 잘까. 인간의 행동과 기억, 감정, 의식이 모두 뇌 속 신경세포의 분열과 증식, 이동에서 비롯한다는 뇌과학적 관점에선, 바로 아데노신이란 물질 때문이다. 신경세포들이 활동하려면 포도당이 필요하고, 포도당이 6만개 결합된 형태인 글리코겐을 분해하다보면 아데노신이란 물질이 생긴다. 뇌가 낮 동안 충분히 활동한다면 아데노신이 신경세포에 축적되고, 그 결과로 수면욕이 생긴다. 나이가 들면 잠이 줄어드는 것도 아데노신 수용체의 수가 감소해 민감도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잠이라는 현상도 세포들의 ‘몸부림’에서 온다는 설명이다.
꿈은 왜 꿀까. 수면은 뇌가 휴식하는 상태인 서파수면과 몸이 휴식하는 렘수면으로 구분되는데, 꿈의 약 80%는 렘수면 상태에서 나타난다. 이 상태에서는 눈동자가 깨어 있는 것처럼 빨리 움직이고 시각 이미지와 감정 영역을 형성하는 뇌영역이 강하게 활성화된다. 두 현상이 결합해 꿈의 특징인 ‘시각 이미지의 정서적 분출’을 만든다. 꿈을 꾸면 상상과 현실을 구분해주는 세로토닌과 주의·집중에 필요한 노르아드레날린의 분비가 급격히 줄어드는데, 이것이 꿈에서는 스스로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할 수 없고 맥락 없는 이야기가 전개되는 이유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있으면서 자연과학에도 정통한 뇌과학 전문가 박문호 박사는 《그림으로 읽는 뇌과학의 모든 것》에서 인간의 의식과 행동에 관한 뇌과학 이야기를 600여장의 그림과 함께 치밀하면서도 친절하게 풀어놓는다. 지난 5년간 저자가 진행했던 뇌과학 강의 ‘박문호의 자연과학 세상’의 내용과 여기에서 그렸던 그림을 담았다. 정확하고 자세한 뇌 구조 그림이 뇌 과학책의 핵심이라는 생각으로 선 하나에도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
“감정과 기억 그리고 의식의 실체가 무엇인지 오랫동안 궁금했습니다. 대학 시절에는 철학적 내성과 종교적 체험이 이런 뇌 작용 이해에 도움이 될 것 같았지요. 그러나 이제는 주로 분자생물학, 세포학, 생리학, 뇌과학이 정답에 이르는 길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전자공학을 전공한 저자가 뇌를 연구하는 이유다. 꿈이나 감정, 기억처럼 인간이기에 갖고 있는 것들에 대한 해답을 종교나 철학보다는 과학, 특히 뇌 과학에서 찾게 됐다는 것. 그는 “한 개인을 구성하는 게 바로 자신의 감정과 기억인데, 이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길인 뇌과학을 공부하는 건 자기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말한다.
‘지구라는 행성에서 인간이란 현상을 규명한다’는 목표에 도달하려는 과정에서 뇌과학을 만났다는 저자는 책의 말미에서 철학과 뇌과학을 연결 짓는다.
“이 세계는 어떤 세계인가요? 본래는 아무런 방향이 없는 자연에서 감각신호가 오고, 이것이 인간의 본능적 욕구작용에 의해 의미와 목적으로 변형된 세계입니다. 우리가 자아라고 생각하는 것, 세계라고 믿고 있는 것 모두 뇌가 만들어낸 가상의 세계일 수 있지요. 이를 대칭과 대칭이 깨진 세계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대칭이 깨진 적이 없지만 현상적으로 깨진 것처럼 느껴져서 세계가 출현했다고 볼 수 있지요.”
책을 읽다보면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뇌과학을 바탕으로 탐구해보려는 저자의 노력이 그대로 느껴진다. 784쪽의 두툼한 책 전체에 계속해서 나오는 과학 용어가 독자의 인내심을 시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의 충실한 그림과 친절한 설명은 계속해서 책장을 넘기게 한다.
“과학이 어렵다고요? 아니지요. 익숙하지 않은 거지요. 과학에 익숙해지면 자연의 구조가 보이지요. 그런 본연의 자연을 일생 동안 찾아가는 과정이 바로 공부지요.”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꿈은 왜 꿀까. 수면은 뇌가 휴식하는 상태인 서파수면과 몸이 휴식하는 렘수면으로 구분되는데, 꿈의 약 80%는 렘수면 상태에서 나타난다. 이 상태에서는 눈동자가 깨어 있는 것처럼 빨리 움직이고 시각 이미지와 감정 영역을 형성하는 뇌영역이 강하게 활성화된다. 두 현상이 결합해 꿈의 특징인 ‘시각 이미지의 정서적 분출’을 만든다. 꿈을 꾸면 상상과 현실을 구분해주는 세로토닌과 주의·집중에 필요한 노르아드레날린의 분비가 급격히 줄어드는데, 이것이 꿈에서는 스스로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할 수 없고 맥락 없는 이야기가 전개되는 이유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있으면서 자연과학에도 정통한 뇌과학 전문가 박문호 박사는 《그림으로 읽는 뇌과학의 모든 것》에서 인간의 의식과 행동에 관한 뇌과학 이야기를 600여장의 그림과 함께 치밀하면서도 친절하게 풀어놓는다. 지난 5년간 저자가 진행했던 뇌과학 강의 ‘박문호의 자연과학 세상’의 내용과 여기에서 그렸던 그림을 담았다. 정확하고 자세한 뇌 구조 그림이 뇌 과학책의 핵심이라는 생각으로 선 하나에도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
“감정과 기억 그리고 의식의 실체가 무엇인지 오랫동안 궁금했습니다. 대학 시절에는 철학적 내성과 종교적 체험이 이런 뇌 작용 이해에 도움이 될 것 같았지요. 그러나 이제는 주로 분자생물학, 세포학, 생리학, 뇌과학이 정답에 이르는 길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전자공학을 전공한 저자가 뇌를 연구하는 이유다. 꿈이나 감정, 기억처럼 인간이기에 갖고 있는 것들에 대한 해답을 종교나 철학보다는 과학, 특히 뇌 과학에서 찾게 됐다는 것. 그는 “한 개인을 구성하는 게 바로 자신의 감정과 기억인데, 이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길인 뇌과학을 공부하는 건 자기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말한다.
‘지구라는 행성에서 인간이란 현상을 규명한다’는 목표에 도달하려는 과정에서 뇌과학을 만났다는 저자는 책의 말미에서 철학과 뇌과학을 연결 짓는다.
“이 세계는 어떤 세계인가요? 본래는 아무런 방향이 없는 자연에서 감각신호가 오고, 이것이 인간의 본능적 욕구작용에 의해 의미와 목적으로 변형된 세계입니다. 우리가 자아라고 생각하는 것, 세계라고 믿고 있는 것 모두 뇌가 만들어낸 가상의 세계일 수 있지요. 이를 대칭과 대칭이 깨진 세계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대칭이 깨진 적이 없지만 현상적으로 깨진 것처럼 느껴져서 세계가 출현했다고 볼 수 있지요.”
책을 읽다보면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뇌과학을 바탕으로 탐구해보려는 저자의 노력이 그대로 느껴진다. 784쪽의 두툼한 책 전체에 계속해서 나오는 과학 용어가 독자의 인내심을 시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의 충실한 그림과 친절한 설명은 계속해서 책장을 넘기게 한다.
“과학이 어렵다고요? 아니지요. 익숙하지 않은 거지요. 과학에 익숙해지면 자연의 구조가 보이지요. 그런 본연의 자연을 일생 동안 찾아가는 과정이 바로 공부지요.”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