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자영업자 김모씨(45)는 아내의 귀가 시간이 늦어지자 외도를 의심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심부름센터에 아내의 뒷조사를 맡길까 생각했지만 자신의 신분을 노출해야 하고, 비용도 비싸 결국 포기했다. 방법을 찾던 중 김씨는 ‘스마트폰 도청이 가능하다’는 얘기를 들었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 ‘상대방의 스마트폰을 내 손안에, 아무도 모르게 상대방의 통화 내용과 문자 메시지, 심지어는 위치 추적까지 해준다’고 소개한 홈페이지를 발견했다.

스마트폰 도청 방법은 간단했다. 한 달에 30만원을 내고 상대방 스마트폰에 악성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을 설치하면 통화 내용은 음성 파일로, 위치 추적은 위도와 경도를 표시한 지도로, 문자 메시지는 문자 형식으로 1분 내에 이메일로 전송됐다. 도청 앱 설치도 쉬웠다. 아내가 잠자는 틈을 타 앱 설치 주소를 아내에게 문자 메시지로 보낸 뒤 자신이 이를 실행시키는 방식이었다.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해당 앱은 스마트폰 바탕화면에 뜨지 않아 아내는 도청 사실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렇게 김씨는 21일 동안 아내의 통화 내용과 문자 메시지 978건을 도청했다. 김씨는 도청을 통해 아내가 누구를 만나는지 어떤 얘기를 하는지 일거수일투족을 파악할 수 있었다.

스마트폰 앱 기술이 점점 진화하면서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스마트폰 도청이 가능한 앱을 중국에서 들여와 판매한 혐의(정보통신망법상 악성프로그램 전달 및 유포 등)로 최모씨(39)를 구속했다고 4일 발표했다.

또 상대방 통화를 도청하고 문자 메시지를 엿보기 위해 이 앱을 구입, 설치한 김씨 등 5명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스마트폰 도청 적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최씨는 지난해 12월 중국 산둥성에서 스마트폰 도청이 가능한 앱을 현지 범죄 조직으로부터 사들였다. 그는 지난해 말 스마트폰 도청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인터넷을 통해 투자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이를 바탕으로 최씨는 ‘스파이폰’이란 홈페이지를 개설, 광고를 보고 연락한 김씨 등에게 앱 이용료 명목으로 월 30만원을 받았다. 자신은 중국에 머물고, 홈페이지 서버는 일본, 도청된 파일을 저장·전송하는 서버는 미국에 둬 경찰의 추적을 피했다. 고객은 흥신소 직원, 채권자, 부부·내연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