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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엠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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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
    널리 알리는 게 직업인 기자가 알고도 안 쓰는 경우가 있다. 바로 엠바고(embargo·보도유예)와 오프더레코드(off the record·비보도)다. 법적 강제는 아니지만 신사협정이자 불문율이다. 기자들은 치열한 특종 경쟁 속에서도 국익과 공익을 생각하고, 장사 한번 하고 끝낼 게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 엠바고를 준수한다.

    엠바고가 언론 관행이 된 것은 2차 세계대전 때다. 1944년 6월 노르망디 상륙작전 당시 연합군은 엠바고를 걸고 언론에 상륙일시와 지점을 미리 브리핑했다. 어떤 기자도 미리 보도하지 않았다. 만약 누군가 특종 욕심을 냈다면 사상자가 엄청나게 불어나고 전쟁 양상도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1945년 5월 독일군의 항복문서 서명 때는 달랐다. 현장에 있던 기자 17명 중 AP통신의 에드워드 케네디가 기사를 타전하자 타사 기자들은 그와 AP를 배신자라고 맹비난했다. 결국 AP는 케네디를 해고했다. 67년 만인 작년에야 AP는 케네디의 딸에게 공식 사과했다. 상륙작전과 종전이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스페인어 ‘embargar’에서 나온 엠바고는 본래 선박의 억류나 출항금지를 뜻한다. 미국의 쿠바 봉쇄가 바로 엠바고다. 미디어 용어로는 일정시점까지 뉴스 보도를 늦추는 뜻으로 쓰인다. 엠바고의 목적은 대략 5가지다. 국가안전·공익용 엠바고(인명 보호 등), 보충취재용 엠바고(전문성 높은 뉴스), 조건부 엠바고(사건 발생 이후 보도), 관례적 엠바고(협정·회담 등), 발표자료 엠바고 등이다.

    2003년 추수감사절에 부시 미국 대통령의 이라크 방문은 일정 종료까지 엠바고였다. 누군가 미리 보도했다면 부시가 안 갔을 테니 자동 오보가 됐을 것이다. 이렇듯 엠바고는 종종 취재원과 언론 간 죄수의 딜레마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미국식 엠바고란 용어는 1960년대 처음 등장했다. 이전까진 ‘확정될 때까지’ 등의 단서를 붙여 보도자료를 내곤 했다. 엠바고를 어기면 기자사회에서 배척당하고 취재 불이익(출입 제한, 자료배포 중지 등)을 받기도 한다. 노무현 정부는 엠바고 파기시 모든 부처의 인터뷰 거부 등을 추진하다 과도한 언론통제라는 비난을 샀다. MB정부는 아덴만 작전의 엠바고를 깬 일부 언론사에 대해 청와대 등록취소 등 중징계 여부를 놓고 논란을 빚었다.

    엊그제 청와대가 4강 대사 내정에 대해 엠바고를 걸면서 공식 홈페이지 등에 인선 내용을 공개하는 황당한 실수를 저질렀다. 관례적 엠바고를 스스로 깬 셈이다. 앞서 윤창중 대변인은 행사시점까지 엠바고인 대통령의 동선을 언론에 공개해 경호실과 마찰을 빚었다. 가뜩이나 말썽 많은 청와대가 엠바고 해프닝으로 또 한 번 망신을 샀다.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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