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집단(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과 그 계열사 수가 2009년 이후 4년 만에 처음으로 줄었다. 경기 침체로 기업들이 합병, 청산, 지분 매각 등 구조조정에 나선 요인도 작용했지만 경제민주화 바람이 불면서 대기업의 외형 확장에 부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된 것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계열사 63개 감소

공정거래위원회는 “2012년 말 자산 기준으로 한솔과 아모레퍼시픽을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으로 신규 지정하고 대한전선과 유진, 한국석유공사를 제외했다”고 1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지난해 63곳에서 올해 62곳으로 감소했다. 이들 대기업집단의 계열사 수도 1831개에서 1768개로 63개(3.4%) 줄어들었다. 계열사 감소는 2009년 지정 기준이 자산총액 2조원 이상에서 5조원 이상으로 강화된 이후 처음이다.

공정위는 “상당수 기업집단이 합병, 청산, 지분 매각 등 구조조정과 비핵심 사업 정리에 나선 결과”라고 설명했다. 올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서 빠진 대한전선과 유진이 대표적이다. 대한전선은 남광토건을, 유진은 하이마트를 매각하면서 지정 대상에서 제외됐다. 작년과 올해 2년 연속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지정된 60개 그룹도 대대적인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1년 새 계열사가 41개 줄었다. 계열사가 많이 감소한 대기업 집단은 포스코(18개) SK(13개) 농협(7개) STX(5개) 삼성(5개) 등 순이었다.

◆삼성 자산 300조 돌파

대기업집단 내 ‘부익부 빈익빈’ 현상도 심화됐다. 공정위는 이날 최근 5년간(2008~2012년) 30대 민간 대기업집단의 경영 성과를 분석한 자료를 함께 내놨다.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4대 그룹은 약진한 반면 나머지 그룹은 후퇴 또는 제자리걸음을 한 게 특징이다.

4대 그룹의 자산 총액 비중은 이 기간 49.6%에서 55.3%로 높아졌다. 반면 5~10위 그룹은 26.6%에서 23.4%로, 11~30위 그룹은 23.9%에서 21.4%로 낮아졌다. 특히 삼성은 대기업집단 중 처음으로 자산 300조원을 돌파했다. 작년 말 기준 자산 총액은 306조원으로 전년 대비 50조4000억원 증가했다. 현대차도 자산이 12조원 늘었다.

4대 그룹의 매출 비중도 이 기간 49.6%에서 53.2%로 높아졌다. 특히 순이익 비중은 70.5%에서 79.8%로 뛰었다. 30대 그룹이 한 해 벌어들이는 순이익의 80%가량이 4대 그룹 몫이라는 얘기다. 신영선 공정위 경쟁정책국장은 “최근 5년간 규모, 재무 상태, 수익성 등에서 상위 4대 그룹과 나머지 그룹 간의 격차가 점차 확대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심각한 공기업 부채

공기업 부채의 심각성은 여전했다. 공기업집단의 부채비율은 2008년 145.6%에서 지난해 186.2%로 뛰었다. 같은 기간 민간 기업집단 부채비율이 112.4%에서 90.5%로 감소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정부가 재정사업으로 할 일을 공기업이 대신 떠맡으면서 공기업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결과다.

특히 LH(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가스공사 인천도시공사 한국철도공사 등 4개 공기업집단의 부채비율은 민간 기업에서 ‘위험 수위’로 간주하는 200%를 넘었다.

민간 기업집단은 그룹별로 차이가 컸다. 전체적으로는 감소했지만 11개 기업집단은 200%를 넘었다. 한진 현대 한국GM 금호아시아나 동부 STX 교보생명 대우조선해양 동양 홈플러스 웅진 등이다.

■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전년도 자산 총액이 5조원 이상인 기업집단 중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매년 지정한다. 금융지주회사 등 은행이나 보험 계열사만 둔 기업집단은 제외된다. 지정되면 계열사들이 서로 주식을 소유하는 상호출자와 계열사 간 채무 보증이 금지된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