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콘서트 MC는 회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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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박용만 회장 2시간 동안 사회
피가로의 결혼·라보엠 수준급 해설도
"직원과 情 나누는데는 음악이 최고"
쇼팽 야상곡 즐기는 클래식 마니아
피가로의 결혼·라보엠 수준급 해설도
"직원과 情 나누는데는 음악이 최고"
쇼팽 야상곡 즐기는 클래식 마니아
“회사에서 하루의 70% 이상을 함께 보내는 직원들은 가족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가끔식 효율이나 경쟁, 전략 같은 딱딱한 단어들을 내려놓고 사랑, 꿈, 소통을 이야기하며 정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그런 장으로 가장 적합한 게 바로 음악 콘서트죠.”(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28일 저녁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 9층 두산웨이홀에는 350여명의 두산그룹 임직원과 가족, 친구들이 콘서트를 보기 위해 모였다. 행사를 마련한 주인공은 박 회장. 콘서트 이름도 ‘박용만과 함께하는 봄을 맞는 저녁’으로 붙였다. 박 회장은 기자에게 “우리가 말하는 가족은 두산 임직원만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며 임직원 가족을 초청한 이유를 설명했다.
박 회장은 오후 6시30분 시작해 8시30분 끝난 이날 콘서트에서 직접 사회를 봤다. 웬만큼 음악에 조예가 깊지 않으면 할 수 없다는 곡 해설까지 맡았다. 지난해 4월 회장 취임 이후 사내 음악회에 매번 관객으로 참석했던 그가 이번에는 직접 무대에 섰다.
박 회장은 재계에서 이름난 음악 애호가다. 매일 출근할 때 쇼팽의 야상곡 20번 등 클래식을 듣는다. 동문회 등 지인들과의 모임에서는 멋들어진 나비 넥타이를 맨 박 회장이 태블릿PC를 들고 음악을 소개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박 회장은 클래식은 물론 헤비메탈이나 일렉트로닉 댄스뮤직도 즐겨 들었다. 몇 년 전부터는 마음을 정갈히 하기 위해 헤비메탈이나 갱스터랩은 잘 듣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이 좋아하는 가수 양희은 씨를 1년 동안 공을 들여서 만나 친해진 것은 꽤 유명한 일화다. 박 회장은 공연에 앞서 “배가 나온 한 여직원에게 ‘너 임신했지. 출산휴가 가야 되지 않느냐’고 농담을 건넸다가 곧바로 ‘임신한 게 아니에요’라는 핀잔을 들었다”는 일화를 소개해 공연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공연에 소개된 노래들도 박 회장이 직접 골랐다. 소프라노 강혜정(계명대 음악공연예술대학 교수), 바리톤 성승욱(오페라 가수), 테너 정의근(상명대 음대 교수), 피아니스트 문정재 씨가 멋진 화음을 들려줬다.
첫 곡으로 소프라노 강씨가 이탈리아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아르티디의 ‘입맞춤’을 불렀다. 박 회장은 “첫 키스를 할 때의 설렘과 기쁨을 잘 표현한 이탈리아 가곡”이라고 소개했다. 테너곡 ‘나를 잊지 말아 주오’가 끝나자 오페라에서 선곡한 곡들이 쏟아졌다. ‘피가로의 결혼’ 중 ‘더 이상 날지 못하리’와 박 회장이 특히 좋아하는 푸치니의 ‘라보엠’에 수록된 ‘그대의 찬손’ ‘내 이름은 미미’ ‘오 아름다운 아가씨’ 등이 이어졌다.
다음은 한국 가곡 차례였다. ‘청산에 살리라’ ‘고향의 노래’ ‘그대가 꽃이라면’에 이어 ‘아름다운 금강산’이었다. 박 회장은 ‘청산에 살리라’에 대해 “한양대 설립자인 고 김연준 박사가 감옥에 있을 때 만든 곡”이라며 “출소 이후 곡을 잊지 않기 위해 손톱으로 벽에 악보를 새겼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곡인 ‘아름다운 금강산’을 소개하면서는 “많이 어려웠던 두산을 언젠가 대학생들이 오고 싶어하는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꿈이 현실이 됐다”며 “꿈은 이뤄지는 게 아니라 사람이 성장하면서 새롭게 찾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공연이 끝나자 두산 임직원과 가족들은 감동에 가슴 벅찬 모습이었다. 딸이 두산인프라코어에 다닌다는 유만춘 씨(57) 부부는 “박 회장이 대충 곡 소개만 하는 게 아니고 상당히 조예가 깊었다”며 “사랑을 찾아가는 라보엠 스토리를 이야기꾼처럼 잘 풀어냈다”고 말했다.
서욱진/김대훈 기자 venture@hankyung.com
28일 저녁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 9층 두산웨이홀에는 350여명의 두산그룹 임직원과 가족, 친구들이 콘서트를 보기 위해 모였다. 행사를 마련한 주인공은 박 회장. 콘서트 이름도 ‘박용만과 함께하는 봄을 맞는 저녁’으로 붙였다. 박 회장은 기자에게 “우리가 말하는 가족은 두산 임직원만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며 임직원 가족을 초청한 이유를 설명했다.
박 회장은 오후 6시30분 시작해 8시30분 끝난 이날 콘서트에서 직접 사회를 봤다. 웬만큼 음악에 조예가 깊지 않으면 할 수 없다는 곡 해설까지 맡았다. 지난해 4월 회장 취임 이후 사내 음악회에 매번 관객으로 참석했던 그가 이번에는 직접 무대에 섰다.
박 회장은 재계에서 이름난 음악 애호가다. 매일 출근할 때 쇼팽의 야상곡 20번 등 클래식을 듣는다. 동문회 등 지인들과의 모임에서는 멋들어진 나비 넥타이를 맨 박 회장이 태블릿PC를 들고 음악을 소개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박 회장은 클래식은 물론 헤비메탈이나 일렉트로닉 댄스뮤직도 즐겨 들었다. 몇 년 전부터는 마음을 정갈히 하기 위해 헤비메탈이나 갱스터랩은 잘 듣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이 좋아하는 가수 양희은 씨를 1년 동안 공을 들여서 만나 친해진 것은 꽤 유명한 일화다. 박 회장은 공연에 앞서 “배가 나온 한 여직원에게 ‘너 임신했지. 출산휴가 가야 되지 않느냐’고 농담을 건넸다가 곧바로 ‘임신한 게 아니에요’라는 핀잔을 들었다”는 일화를 소개해 공연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공연에 소개된 노래들도 박 회장이 직접 골랐다. 소프라노 강혜정(계명대 음악공연예술대학 교수), 바리톤 성승욱(오페라 가수), 테너 정의근(상명대 음대 교수), 피아니스트 문정재 씨가 멋진 화음을 들려줬다.
첫 곡으로 소프라노 강씨가 이탈리아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아르티디의 ‘입맞춤’을 불렀다. 박 회장은 “첫 키스를 할 때의 설렘과 기쁨을 잘 표현한 이탈리아 가곡”이라고 소개했다. 테너곡 ‘나를 잊지 말아 주오’가 끝나자 오페라에서 선곡한 곡들이 쏟아졌다. ‘피가로의 결혼’ 중 ‘더 이상 날지 못하리’와 박 회장이 특히 좋아하는 푸치니의 ‘라보엠’에 수록된 ‘그대의 찬손’ ‘내 이름은 미미’ ‘오 아름다운 아가씨’ 등이 이어졌다.
다음은 한국 가곡 차례였다. ‘청산에 살리라’ ‘고향의 노래’ ‘그대가 꽃이라면’에 이어 ‘아름다운 금강산’이었다. 박 회장은 ‘청산에 살리라’에 대해 “한양대 설립자인 고 김연준 박사가 감옥에 있을 때 만든 곡”이라며 “출소 이후 곡을 잊지 않기 위해 손톱으로 벽에 악보를 새겼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곡인 ‘아름다운 금강산’을 소개하면서는 “많이 어려웠던 두산을 언젠가 대학생들이 오고 싶어하는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꿈이 현실이 됐다”며 “꿈은 이뤄지는 게 아니라 사람이 성장하면서 새롭게 찾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공연이 끝나자 두산 임직원과 가족들은 감동에 가슴 벅찬 모습이었다. 딸이 두산인프라코어에 다닌다는 유만춘 씨(57) 부부는 “박 회장이 대충 곡 소개만 하는 게 아니고 상당히 조예가 깊었다”며 “사랑을 찾아가는 라보엠 스토리를 이야기꾼처럼 잘 풀어냈다”고 말했다.
서욱진/김대훈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