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3월28일 오전 11시50분

한국 상장 기업의 17%가 도산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해운사는 절반가량, 건설사는 3분의 1 이상이 파산 위기에 직면해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글로벌 구조조정 컨설팅 업체인 알릭스파트너스는 국내 상장사 1400개를 대상으로 도산 위험을 분석한 결과 이렇게 나타났다고 28일 발표했다. 알 코치 알릭스파트너스 부회장은 “한국 기업 상당수가 성장 둔화 속에 부채비율이 높아지면서 파산 위기에 내몰렸다”며 “앞으로 2년 안에 도산할 가능성이 큰 기업 비중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아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알릭스파트너스가 국내 상장사 1400개를 ‘Z 스코어’ 모형으로 파산 가능성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의 17%가 도산 위험에 노출돼 있어 ‘경계 태세(on alert)’가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예의주시(watch)’가 필요한 기업도 45%에 달했다. ‘건전(healthy)’하다는 평가를 받은 기업은 35%로 집계됐다.

‘Z 스코어’는 에드워드 알트먼 뉴욕대 재무학 교수가 총 매출과 자산 대비 영업이익, 자기자본, 운전자본, 순수판매량 등으로 부도 위험을 평가한 분석 방법이다. ‘경계 태세’는 18~24개월 내 지급 불능 상태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은 기업군을 의미한다. 업종별로는 해운사와 건설사가 도산 위험이 가장 큰 것으로 조사됐다. 해운사의 44%가 ‘경계 태세’로 분류됐다. 건설사도 35%가 도산 위험군에 속했다. 이어 통신·하이테크(18%) 공업(16%) 금속(14%) 소비재(13%) 자동차(13%) 등의 순으로 ‘경계 태세’ 비중이 높았다.

코치 부회장은 기업 도산 가능성은 △영업이익률 하락 △부적절한 정보체계 △업황 역동성 부진 △지나친 부채 규모 등 크게 네 가지로 감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네 가지 중에 한 가지라도 이상 징후가 나타나면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을 받아야 도산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알릭스파트너스는 30년 전 미국에서 설립된 구조조정 컨설팅 기업이다. 세계 25곳에 지사를 운영하고 있고 1000명가량의 구조조정 전문가를 보유하고 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