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는 30%고, 누구는 50% 탕감해 주나…빚 더 깎아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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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행복기금 형평성 어긋난다" 캠코·신용회복委에 항의 빗발
콜센터 통화 평소의 4배 "저축銀 예금도 못 찾는데 대출 감면이 말이 되나"
콜센터 통화 평소의 4배 "저축銀 예금도 못 찾는데 대출 감면이 말이 되나"
서울 길음동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42)는 2011년 말 교통사고를 당한 남편의 병원비를 대기 위해 은행과 카드회사 등에서 2500만원을 빌렸다. 이후 경기 침체로 손님이 뚝 끊기면서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다가 결국 지난해 8월 신용회복위원회에 개인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원금과 이자를 합쳐 3000만원에 달하는 빚 중 이자 500만원과 원금 2500만원의 30%를 감면받았다. 채무 조정을 거친 원금 1750만원을 7년간 분할 상환하는 조건으로 작년 말부터 매달 20만원씩 갚고 있다.
성실하게 빚을 상환해 오던 김씨는 최근 정부가 국민행복기금을 통해 빚을 50%까지 탕감해준다는 발표를 듣고 억울한 마음에 신복위에 전화를 걸었다. 김씨는 “과자 음료수를 팔아 모은 푼돈으로 매달 꼬박꼬박 돈을 갚아 왔는데 빚도 갚지 않고 그냥 있던 사람들만 수천만원씩 탕감해주는 게 말이 되느냐”며 “억울해서 못 살겠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신복위 측에 “행복기금과 비슷한 수준(50%)으로 빚을 추가로 감면해달라”고 요구했다.
○워크아웃 신청자, “억울하다”
29일 출범하는 행복기금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부가 개인워크아웃이나 개인회생 파산 등 신용회복 제도를 이미 이용하고 있는 경우에는 행복기금 지원을 받을 수 없도록 했기 때문이다. 행복기금과 비슷한 개인워크아웃의 경우 원금 감면 기능이 있지만 금융사가 이미 상각한 채권(회수를 사실상 포기한 채권)만 최고 50%까지 감면되고 상각하기 전 채권은 이보다 감면율이 낮게 적용된다. 평균 감면율은 약 30%다. ‘조건 없이 최고 50%까지’ 원금을 제해준다는 행복기금이 유리한 셈이다.
신복위에도 워크아웃을 신청해서 1년 이상 성실히 상환한 사람은 추가로 원금의 10%가량을 더 깎아주는 제도가 있지만 이는 한꺼번에 빚을 다 갚는 경우에만 해당하는 등 조건이 까다롭다.
이 때문에 관련 콜센터에는 김씨처럼 이미 신용회복제도를 이용해서 빚을 성실히 갚아 나가는 사람들이 ‘나도 빚을 안 갚겠다’거나 ‘내 빚도 절반 감면해 달라’며 항의하는 전화가 쏟아지고 있다. 자산관리공사(캠코)가 대전에서 운영하는 서민금융 종합콜센터 ‘1397’에는 지난 26일 하루에만 1만5000여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평소보다 통화량이 네 배로 늘었다. 대부분 본인이 채무재조정이나 바꿔드림론 지원 대상인지를 확인하는 전화였지만 자신이 제외된 것에 대해 거칠게 항의하는 이도 상당수였다.
‘지난 2월28일 기준 6개월 이상 연체자’ ‘총 채무액 1억원 이하 채무자’ 등의 조건에 대해서도 불만을 제기하는 이가 많다. 빚이 1억원을 조금 넘는다고 밝힌 한 채무자는 27일 오전 콜센터에 연락해 “정부가 일방적으로 기준을 정하는 근거가 뭐냐”며 “세금 받았으면 일을 똑바로 하라”고 호통쳤다.
저축은행에 5000만원 이상 예금했다가 영업정지를 당해 돈을 날린 사람들도 “멀쩡한 예금은 못 찾고 대출받은 돈은 탕감해 주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4개월간 예고…도덕적 해이 불가피
형평성 논란은 예고됐던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작년 11월10일 선거 공약을 발표한 뒤 2월28일 행복기금 지원 기준일자까지 4개월가량 시간이 흘렀기 때문이다. 한 금융감독 당국 관계자는 “이런 종류의 정책은 미리 예고하고 하는 게 아니라 날짜를 정해서 전격 발표해야 한다”며 “공약으로 내세우기엔 적절하지 않았던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26일 시중은행과 캠코, 은행연합회 등의 행복기금 실무자를 불러 접수 창구를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 늘리고 전산 시스템이 원활히 작동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다. 상담 문의가 예상보다 많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금융감독 당국은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에게도 행복기금 혜택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상은/류시훈/장창민 기자 selee@hankyung.com
성실하게 빚을 상환해 오던 김씨는 최근 정부가 국민행복기금을 통해 빚을 50%까지 탕감해준다는 발표를 듣고 억울한 마음에 신복위에 전화를 걸었다. 김씨는 “과자 음료수를 팔아 모은 푼돈으로 매달 꼬박꼬박 돈을 갚아 왔는데 빚도 갚지 않고 그냥 있던 사람들만 수천만원씩 탕감해주는 게 말이 되느냐”며 “억울해서 못 살겠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신복위 측에 “행복기금과 비슷한 수준(50%)으로 빚을 추가로 감면해달라”고 요구했다.
○워크아웃 신청자, “억울하다”
29일 출범하는 행복기금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부가 개인워크아웃이나 개인회생 파산 등 신용회복 제도를 이미 이용하고 있는 경우에는 행복기금 지원을 받을 수 없도록 했기 때문이다. 행복기금과 비슷한 개인워크아웃의 경우 원금 감면 기능이 있지만 금융사가 이미 상각한 채권(회수를 사실상 포기한 채권)만 최고 50%까지 감면되고 상각하기 전 채권은 이보다 감면율이 낮게 적용된다. 평균 감면율은 약 30%다. ‘조건 없이 최고 50%까지’ 원금을 제해준다는 행복기금이 유리한 셈이다.
신복위에도 워크아웃을 신청해서 1년 이상 성실히 상환한 사람은 추가로 원금의 10%가량을 더 깎아주는 제도가 있지만 이는 한꺼번에 빚을 다 갚는 경우에만 해당하는 등 조건이 까다롭다.
이 때문에 관련 콜센터에는 김씨처럼 이미 신용회복제도를 이용해서 빚을 성실히 갚아 나가는 사람들이 ‘나도 빚을 안 갚겠다’거나 ‘내 빚도 절반 감면해 달라’며 항의하는 전화가 쏟아지고 있다. 자산관리공사(캠코)가 대전에서 운영하는 서민금융 종합콜센터 ‘1397’에는 지난 26일 하루에만 1만5000여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평소보다 통화량이 네 배로 늘었다. 대부분 본인이 채무재조정이나 바꿔드림론 지원 대상인지를 확인하는 전화였지만 자신이 제외된 것에 대해 거칠게 항의하는 이도 상당수였다.
‘지난 2월28일 기준 6개월 이상 연체자’ ‘총 채무액 1억원 이하 채무자’ 등의 조건에 대해서도 불만을 제기하는 이가 많다. 빚이 1억원을 조금 넘는다고 밝힌 한 채무자는 27일 오전 콜센터에 연락해 “정부가 일방적으로 기준을 정하는 근거가 뭐냐”며 “세금 받았으면 일을 똑바로 하라”고 호통쳤다.
저축은행에 5000만원 이상 예금했다가 영업정지를 당해 돈을 날린 사람들도 “멀쩡한 예금은 못 찾고 대출받은 돈은 탕감해 주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4개월간 예고…도덕적 해이 불가피
형평성 논란은 예고됐던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작년 11월10일 선거 공약을 발표한 뒤 2월28일 행복기금 지원 기준일자까지 4개월가량 시간이 흘렀기 때문이다. 한 금융감독 당국 관계자는 “이런 종류의 정책은 미리 예고하고 하는 게 아니라 날짜를 정해서 전격 발표해야 한다”며 “공약으로 내세우기엔 적절하지 않았던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26일 시중은행과 캠코, 은행연합회 등의 행복기금 실무자를 불러 접수 창구를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 늘리고 전산 시스템이 원활히 작동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다. 상담 문의가 예상보다 많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금융감독 당국은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에게도 행복기금 혜택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상은/류시훈/장창민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