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사진)은 작년 2월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한 지 한 달여 뒤 회장에 취임해 “마무리 투수가 되겠다”고 공언했다. 하나금융과 외환은행의 성공적 결합을 이끌어내겠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지난 1년 동안 양사 간 시너지 창출 방안은 번번이 외환은행 노조의 반발에 직면해 제대로 실행되지 못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김 회장이 더 강하게 추진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흘러나왔다.

올 들어서는 이런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하나금융이 최근 주식교환 방식으로 외환은행의 잔여지분(40%)을 모두 인수해 완전자회사로 만들면서 제대로 된 시너지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주식교환을 성공적으로 이끈 김 회장에 대한 평가도 사뭇 달라졌다. 여전히 외환은행 노조의 반대가 일고 있지만 지난 1년간 꾸준한 소통으로 외환은행 직원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는 평가다.

26일 취임 1주년을 맞는 김 회장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을 4년간 ‘투 뱅크(two bank)’ 체제로 유지하되 두 은행 간 경쟁을 통한 시너지 창출로 그룹 경쟁력을 높인다는 구상을 밝혔다. 김 회장은 2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투 뱅크 체제하에 세 가지 원칙에 따라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시너지를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먼저 두 은행이 가진 각각의 장점만 선택ㆍ결합하는 ‘베스트 오브 베스트 원칙’이다. 어떤 부문에서든 경쟁 우위를 가진 은행의 시스템을 공동으로 적용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시너지 창출에서 경제적 실익을 최우선으로 삼는다는 원칙도 세웠다. 김 회장은 “기업금융 부문에서 자회사 간 연계 영업을 통해 신규 수익 창출에 힘을 쏟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마지막 원칙으로 “은행 통합에 따른 효과는 고객에게 가장 먼저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작년 3월부터 기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각각의 고객이 두 은행 모두에서 자동화기기(ATM) 이용수수료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는 “외환은행이 하나금융의 완전자회사가 됨에 따라 자회사 간 협업을 더욱 활성화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고객에게는 더욱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