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에서 올해 최대 기대작의 하나로 관심을 모았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아키에이지’가 흥행 부진에 빠졌다. 게임 안에 있는 ‘경제시스템’이 원활하게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점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25일 PC방 게임순위 정보사이트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아키에이지의 사용시간 점유율은 2.06%로 전체 게임 중 9위였다. 처음 정식서비스에 들어간 지난 1월까지만 해도 점유율이 6%를 넘었고 순위도 5위권 안에 들었으나 이후 사용 시간이 계속 줄었다.

아키에이지는 ‘이용자들이 만들어 나가는 게임’을 표방하는 등 높은 자유도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용자들이 농사를 짓고, 생산물을 거래하고, 무역을 통해 상품을 먼 곳까지 실어 나르는 경제 활동이 짜임새 있게 연결돼야 게임이 작동한다.

하지만 ‘순간이동’으로 자원 채취와 무역이 가능한 불법 프로그램이 등장하면서 게임 속 경제가 어지럽혀졌다. 여기에다 이용자들이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되는 ‘축산’에 몰려 땅 부족과 과도한 화폐 유통, 다른 직업의 침체 등 부작용이 생겨났다. 예컨대 목장이 계속 늘어나면서 주거용 부동산이 부족해지고, 젖소나 염소를 길러 생산한 제품이 상점에서 금으로 대량 전환돼 시중에 너무 많은 금이 풀렸다. 대부분 이용자가 목장을 세워 젖소만 기르다 보니 해상무역이나 해적질 같은 보다 역동적인 활동이 이뤄지지 않는 것도 문제다.

아키에이지 측은 불법 프로그램 작동을 막고 가축을 기르는 데 드는 사료 값을 인상하는 식으로 게임 내용을 개선하고 있으나 단기간에 해결되기는 힘들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아키에이지뿐만 아니라 다른 MMORPG도 경제가 항상 골칫거리다. ‘월드 오브 워크레프트’나 ‘디아블로3’ 등 세계적인 게임도 인플레이션을 겪었다. 다만 엔씨소프트의 ‘리니지’는 주기적인 이벤트와 아이템 제작 등을 통해 금을 지속적으로 소모시켜 안정적으로 경제를 운용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