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사들이 지난해 호주에 수출한 물량이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최대 수출국인 중국으로 가는 물량이 줄어들자 신시장인 호주를 개척해 거둔 성과다. 그 덕분에 호주가 국내 석유제품 5위 수출국으로 떠올랐다.

25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정유 4사가 호주에 수출한 석유제품 물량은 2440만1000배럴로 2011년 1172만2000배럴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국내에서 소비한 휘발유와 경유 전체 물량(2억842만5000배럴)의 10분의 1에 이르는 규모다. 2008년 834만배럴에 비하면 세 배 가까이 늘어났다. 10년 전 전체 석유제품 수출의 0.4%에 불과하던 호주 비중은 지난해 5.5%로 처음 5%를 넘었다. 올 들어서도 상승세는 이어져 1월 석유제품의 호주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43.9% 증가했다.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6.55%로 높아졌다.

이런 호주가 지난해 석유제품이 국내 수출 품목 1위에 등극하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호주 수출의 90%는 마진이 높은 휘발유와 경유 물량이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중국은 여전히 국내 정유사들의 최대 수출국이지만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년 만에 처음으로 20% 아래로 떨어졌다. 올 1월에도 중국 수출은 전년 대비 24.1% 감소했다.

호주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계 산유국 중 석유 매장량 2위 국가다. 종전에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베네수엘라가 2위였다. 올 1월 2330억배럴의 석유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유전이 발견되면서 호주는 단숨에 세계 2위권으로 뛰어올랐다. 그럼에도 호주가 국내 정유사들에 수출 신시장으로 꼽히는 것은 호주 내 정유공장들이 수익성 악화로 잇달아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미국 석유회사 칼텍스는 지난해 시드니와 브리즈번에 있는 정유공장 폐쇄를 결정했다. 앞서 다국적 석유회사인 셸도 시드니 서쪽 클라이드 지역의 정제시설 가동을 멈췄다. 이 부지는 내년 석유 수입 터미널로 전환할 예정이다. 노후화한 시설을 전면적으로 정비·보수하려면 많은 투자금이 필요하고 생산성은 낮은 데 비해 인건비는 높아 수익성이 더 악화할 것을 우려해서다. 호주 지역의 석유 수요는 2010년 하루평균 95만6000배럴에서 2011년 100만3000배럴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그 틈을 국내 정유사들이 파고들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SK에너지 울산공장만 해도 하루 정제능력이 84만배럴인데 호주 공장들은 대부분 10만배럴 안팎”이라며 “국내 정유사들이 규모의 경제에서 월등히 앞선다”고 말했다. SK에너지는 경질유뿐 아니라 호주의 아스팔트 시장도 전략적으로 공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GS칼텍스도 지난해 호주로의 석유제품 수출이 75% 늘었다. 까다로운 환경 규제도 다른 수출국들에 앞설 수 있는 경쟁력이 됐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황 함량 10ppm 미만의 높은 석유제품 품질규격을 적용하는 곳은 한국과 호주 외에 유럽 국가와 일본뿐”이라며 “품질 경쟁력을 바탕으로 휘발유와 경유뿐 아니라 지난해 항공유 수출 물량도 전년 대비 세 배 이상 증가했다”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 역시 고도화설비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서 2011년 처음 호주에 경유를 수출한 이후 물량을 늘려가고 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