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프리미엄 소형차 브랜드인 미니는 국내에서도 적지 않은 마니아층을 확보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에는 ‘미니 쿠퍼’와 ‘미니 쿠퍼S’가 판매되고 있으며 한정판으로 고성능 모델인 ‘존 쿠퍼 웍스(JCW)’가 들어온다. 유럽에선 저출력 모델인 ‘미니 원(ONE)’이 있지만 국내엔 아직 수입되지 않았다. 미니는 ‘달리기’에 중점을 둔 모델이다. 미니 로드스터는 미니의 많은 차종 중에서도 서킷 주행에 가장 적합한 모델이다. 미니 쿠퍼 로드스터와 미니 쿠퍼S 로드스터 를 차례로 전남 영암의 코리아인터내셔널서킷에서 시승해 봤다. 이곳에선 오는 10월 4년 연속으로 포뮬러원(F1) 대회가 열린다.

◆‘강한 놈’, 미니 쿠퍼S 로드스터

먼저 1.6ℓ 터보 엔진이 달린 미니 쿠퍼S 로드스터로 서킷을 달려봤다. 184마력의 강한 출력과 24.5㎏·m의 토크 등 높은 성능을 갖춘 ‘강한 놈’이다. 184마력의 출력도 출력이지만 단단한 하체와 1205㎏의 가벼운 중량 덕분에 재빠르게 서킷을 내달릴 수 있었다. 쿠퍼S는 고성능 모델인 미니 JCW 로드스터와 비교해도 성능이 크게 뒤지지 않는다. JCW는 최고 출력 211마력, 공차 중량이 1250~1310㎏으로 마력당 중량비가 5.9~6.2㎏/마력이다. 1마력이 담당하는 무게가 이 정도라는 것이다. 쿠퍼S도 마력당 중량비를 산출해보면 6.5㎏/마력으로 큰 차이가 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딱딱한 서스펜션도 서킷에 제격이었다. 핸들링도 직관적이며 민첩하게 차체를 좌우로 움직였다. 6단 자동변속기가 달렸지만 스티어링 휠에 수동변속을 할 수 있는 패들시프트가 있어 이를 사용했다. 코너를 공략할 때 속도를 줄여야 하는데 수동으로 기어를 낮추면 엔진브레이크가 걸려 감속이 쉽기 때문이다.

미니는 앞바퀴 굴림이라 고속으로 코너를 돌 때 차체가 스티어링 휠을 꺾는 방향으로 돌며 스핀을 일으키는 ‘언더스티어’ 현상이 날 수도 있다. 쿠퍼S와 같은 고출력 모델에는 더 쉽게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강한 접지력과 차체 밸런스를 바탕으로 급격한 코너에서도 깔끔하게 돌아나갔다.

◆‘차진 놈’, 미니 쿠퍼 로드스터

니 쿠퍼 로드스터는 미니 쿠퍼S 로드스터보다 서스펜션 세팅이 상대적으로 부드럽다. 덜 딱딱하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쿠퍼S만큼의 재빠른 움직임은 보여주질 못한다. 부드러운 만큼 코너를 돌 때 차체가 하중 이동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단점이라기보다는 쿠퍼S와 차별화되는 개성으로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쿠퍼S만큼 빠른 속도는 아니지만 적당한 속도와 좌우로 기울어지는 차체를 즐기면서 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같은 ‘차진 주행감’은 재규어와 레인지로버, 마세라티, 페라리 등 영국과 이탈리아에서 만든 자동차가 보이는 공통된 특성이다.

패들시프트의 반응은 그리 직접적이진 않다. 패들시프트로 기어를 한 단계 낮추면 시간차를 두고 변속이 된다. 좀 답답할 수 있지만 서킷 주행 입문 단계의 초보 드라이버에게는 단계적으로 실력을 배양할 수 있는 좋은 자동차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암=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