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MBC 사장(사진)에 대한 해임안이 긴급 상정됐다.

MBC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문환, 이하 방문진)는 지난 23일 이사회를 열고 김 사장에 대한 해임안을 26일 열리는 임시 이사회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해임안 상정의 결정적인 계기는 김 사장이 지난 22일 방문진과 사전 협의 없이 지역 계열사 및 자회사 임원 내정자 20여명의 명단을 발표한 것. 방문진 이사들은 “규정 위반으로 방문진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다음 날 예정에 없던 이사회를 긴급 소집해 김 사장에 대한 해임을 논의했다. 방문진의 MBC 관리지침에 따르면 임원 선임은 사전협의 사항이다.

이날 이사회에서 방문진 이사 9인 중 여권 추천 이사 김용철 김광동 차기환, 야권 추천 이사 권미혁 선동규 최강욱 등 6인이 해임안 상정에 동의했다.

김 사장은 22일 인사 명단 발표에 앞서 김문환 이사장을 따로 만나 인사안을 전달했다. MBC측 관계자는 “이사회를 대표하는 이사장과 협의를 거친 사항”이라며 “최근 파행을 거듭해온 방문진 이사회에 인사안을 내놓고 협의 절차에 따를 경우 논란과 파장이 예상돼 잡음을 최소화하려 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방문진 관계자는 “임원 선임은 이사장이 아니라 이사회와 논의하고 협의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방문진의 인사권을 완전히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장은 이날 이사회에서 “상견례인 줄 알고 만난 자리에서 김 사장이 인사안을 내밀어, MBC 관리지침과 맞지 않는 데다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얘기했지만 (김 사장은) 기다릴 수 없다고 해 당황스러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0년 3월 취임한 김 사장에 대한 해임안이 상정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전 해임안들은 야권 추천 이사들이 발의했고 모두 부결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여권 추천 이사들도 발의에 동의해 가결 가능성이 높다. 해임안은 이사장을 포함한 이사 9명 중 5명 이상 찬성하면 가결된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