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경영 환경을 예고하는 올해 매출을 늘리기는 쉽지 않다. 매출을 늘리는 판매나 영업은 원래 사내에서도 경쟁이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반면 비용 낮추기는 전사적 운동으로 만들기 쉽고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불황 땐 비용절감이 경영 성과
그러나 직원들이 일하면서 벌이는 비용절감 노력은 생각보다 성과가 작은 편이다. 오히려 부작용이 생기는 경우가 더 많다.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관행처럼 시행하는 ‘허리띠 졸라매기’ ‘마른 수건 짜기’ 등은 고통을 가중시키고 업무효율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이면지 쓰기’로 줄일 수 있는 비용이 얼마나 되겠나.
비용 절감이 경영의 한 축인 만큼 사원들이 참여하기 쉽도록 제도나 시스템을 바꾸는 작업이 긴요하다. 경영진들이 큰 틀을 바꿔야 제대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우선 절감효과가 큰 낭비요소를 제대로 찾아내야 하고, 사람들의 손이 가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비용이 줄어들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웬만한 기업들이 아직 손대지 않은 분야로 수자원, 즉 물을 들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물이 싸다는 인식이 퍼져 있어서 물을 ‘물 쓰듯’하고 있는 현실이다.
에너지 가운데 전력에 대해서는 그 심각성과 절감 필요성을 대부분 잘 알고 있다. 난방 전기전자기기 온수 조명 등에 필요한 전기에너지에 대해서는 경제위기 때마다 한 등 끄기, 플러그 빼기 등 구체적 운동으로 실천하기도 했고, 특히 지난 겨울 최악의 전력수급상황 등을 경험했기 때문에 모두 잘 알고 있다.
시스템 바꿔야 실천 쉬워져
그러나 물의 경우엔 인식이 너무 부족하다. 특히 화장실 변기에서 새는 물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많다는 사실을 아는 사장들이 참 적다. 일정량만 내려가는 가정용과 달리 일반 건물의 경우는 누르는 만큼 물이 내려가는 직수형변기라서 1회 사용에 평균 23~26ℓ나 쓰인다. 가정용 변기에 비해 3~5배의 물을 변기에서 낭비하고 있는 셈이다. 서울 시내 웬만한 대학이나 병원의 경우 한 달 물값이 상수도, 하수도, 분담금 등을 포함해 1억원 가까이 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소변 대변 등으로 갈라 절수버튼을 누르면 되는 절수변기가 나오고 있고, 손을 댈 필요가 없는 자동물내림 시트형 서비스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특히 자동물내림 변기의 경우는 일정한 양만 내려가도록 강제 절수하는 시스템이어서 30~50% 절감효과를 보고 있다.
필자는 최근 에너지절감 아이디어를 찾는 과정에서 화장실용수 절감시스템을 만나게 됐다. 비용절감이라는 영역에서 사업기회를 찾아 각고의 노력 끝에 사업화에 성공한 혁신 기업인들도 많이 알게 됐다. 이들을 도와 자원과 에너지절감에서 경영성과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야겠다는 사명감도 갖게 됐다. 이런 생각에 누구보다 건물주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도 확인했다.
화장실용수 절감을 시작으로 에너지절감사업 시장도 활성화되길 기대한다. 자원 없는 나라에서는 절감 아이디어가 곧 자원이다.
권영설 한경아카데미원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