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는 총체적 난국에 처해있다. 경기순환상으로는 2010년 1분기 이후 분기 성장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해 1%대까지 내려가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졌다. 경제 구조적으로는 수출과 내수 부문의 경쟁력 격차로 경기와 소득의 업종별, 계층별 차별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고용 창출력과 성장 잠재력이 급속히 떨어지고 있다. 저성장-저고용-저성장잠재력 현상이 이어진다면 한국 경제는 2만 달러 소득의 중진국 단계에서 성장이 멈추고 후진국으로 다시 추락할 개연성도 높아진다.

새 정부는 성장 정체 현상과 일자리 문제를 근본적으로 타개하기 위해 창조경제를 새로운 경제 비전과 전략으로 제시했다. 이런 맥락에서 창조경제는 일부 정보통신기술(ICT)이나 과학기술 투자에 국한된 것이라기보다는, 기업과 개개인의 창의성을 더욱 살려 전 산업에 걸쳐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국내외 시장을 최대한 늘리려는 경기 활성화 정책이자 경제 구조 개선책으로 풀이된다. 새 정부의 창조경제가 차질없이 추진되기 위해서는 단·장기 전략을 수립하고 정책 수단들을 강구해야 한다.

우선 가장 시급한 과제는 급속히 추락하고 있는 국내 경제 성장세를 우상향으로 선회시키는 일이다. 성장률이 전기 대비 0%대에 계속 머물러 있게 되면 국내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확산돼 경제 심리는 더욱 위축될 게 뻔하다. 가급적 빨리 경제 심리 호전과 의욕을 북돋우기 위한 금융과 재정을 포함하는 종합 경기 활성화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

금융 정책의 목표는 시중의 막대한 유동성이 기업으로 흘러들어가게 하는 것이다. 금리 인하의 실효성과 부작용 등을 감안한다면 총액한도대출 확대 등을 통해 중소기업들에 대한 자금 수요를 보다 실질적으로 충족시켜 주는 노력이 요구된다. 국내외 경기 회복 지연 등으로 충분한 대외 경쟁력과 브랜드 가치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일시적 유동성 부족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중견 및 대기업에 대한 배려 역시 절실하다.

중기 재정 안정 원칙을 토대로 내수 부문 수요를 확대하기 위한 재정 투입도 가능한 한 늘려야 한다. 단 재정 지출은 1회성으로 소모되는 시혜적 분야보다는 일자리와 국가 전반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부문에 집중해 재정 효율성을 최대한 높여야 할 것이다. 이의 대표적 예로는 산업화의 주역이었지만 최근 각종 사고가 빈발하고 있는 전국 산업공단의 낙후된 시설과 인프라를 대대적으로 개선하는 일을 들 수 있다. 국민 건강을 해치고 수자원 낭비를 초래하는 노후화된 상하수도 시설, 초·중·고교의 정보화 시설 확충 등도 관련 산업의 수요와 일자리를 늘리는 한편 국내 경제사회의 효율성을 높이는 일이기도 하다.

금융과 재정 확대로 경기 활성화 불씨를 살리는 노력과 함께 경기 회복 바람을 더욱 세고 지속적으로 일으킬 수 있는 창조경제 고유의 정책을 구체화해 나아가야 한다. 일자리 증가가 최종 목표인 창조 경제의 핵심 정책은 결국 투자와 창업을 최대한 일으키는 일일 것이다. 투자와 창업을 늘리려면 창조적 도전 정신을 지닌 기존 기업들을 존중하고 새로운 기업가들이 계속 나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동안 투자와 창업 증대를 위한 정책이 수없이 많이 추진돼 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제 할 일은 이전과 동일한 정책을 제목만 바꾸어 반복 제시할 것이 아니라, 투자와 창업이 부진한 시장의 진짜 이유를 파악해 이를 과감히 해소하는 방안을 찾아 실천하는 것이다.

시장의 창의성과 활력을 가로막는 관료 중심의 편의주의, 정부부처 간 이기주의, 시대에 뒤떨어진 법제도의 후진성 등이 있는지를 집중 검토해야 한다. 국내에서 미처 발전하지 못한 기술거래, 기업 소유권 이전(M&A), 혁신 기업을 지원하는 창조 금융 시장 등의 확충안도 구체화해야 한다. 경기 활성화를 기반으로 투자와 창업이 왕성히 일어나는 창조경제가 실현되면 국민 경제적 행복 수준은 저절로 높아질 것이다.

유병규 <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 yabraham113@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