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부부 통장 관리 '따로따로'…계좌이체 6억 넘으면 증여세 부과
전문직에 종사하고 있는 40대 초반 부부 유모씨와 김모씨는 맞벌이를 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급여수준이 높아 종합소득과세표준이 각각 7000만원 정도다. 회사 일이 바빠 돈을 굴릴 시간이 없던 유씨는 용돈을 제외한 급여를 모두 배우자 김씨에게 보내주고 있다. 그리고 김씨는 그 가운데 상당액을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해왔다. 문제는 ELS 만기가 올해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대략 계산해봐도 올해 김씨의 금융소득으로 잡히는 금액이 5000만원은 될 것 같다. 금융소득종합과세는 남의 얘기로만 생각해왔는데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금융자산이 배우자 가운데 한 사람에게만 집중되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 해당할 가능성이 커진다. 김씨의 경우 올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에 포함되면서 내야 할 세금은 1245만원(1800만원×26.4%+1200만원×38.5%+2000만원×15.4%)에 달한다. 15.4%의 세율이 적용된다고 가정할 때 납부해야 하는 금액 770만원보다 475만원이 많다. 게다가 급여 외 소득이 7200만원을 초과할 경우 건강보험료를 추가로 내야 한다.

김씨가 유씨 명의로 ELS를 이전하면 세금을 아낄 수 있다. 금융소득종합과세는 개인 단위로 이뤄지기 때문에 가구 구성원 간의 소득을 분산하면 적용되는 과표가 하향 조정된다. ELS의 경우 이전하는 시점에는 보유 기간에 대한 배당소득세가 과세되지 않는다.

그럼 어느 정도의 금융자산을 이전하는 것이 좋을까. 유씨 부부는 두 사람 모두 과세표준이 7000만원으로 한계세율 26.4%(지방소득세 포함) 구간에 속한다. 이 경우 한 사람은 금융소득이 2000만원 미만이 되도록, 그리고 다른 한 사람은 3000만원 수준이 되도록 배분해 한 사람만 금융소득 종합과세에 해당하도록 조정하는 것이 유리하다.

맞벌이부부 통장 관리 '따로따로'…계좌이체 6억 넘으면 증여세 부과
유씨의 올해 금융소득이 2000만원이 되도록 자산을 선택해 증여하면 세부담은 총 880만원(유씨:2000만원×15.4%, 김씨:1000만원×26.4%+2000만원×15.4%)이 돼 종전보다 365만원가량 세금을 아낄 수 있다. 만약 부부 간 급여수준이 크게 차이가 난다면 급여가 낮은 사람이 더 많은 금융 자산을 보유하는 편이 유리하다.

단, 이때 증여세 문제를 조심해야 한다. 자금이 이체되는 시점에 증여로 추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씨 부부는 둘 다 소득이 있기 때문에 배우자 명의의 차명계좌에서 본인 명의 계좌로 다시 이전하는 것으로 소명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분쟁의 소지를 피하기 위해서는 증여세 면제 한도인 6억원 이내로 이전하는 것이 좋다.

김정남 < 우리투자증권 100세시대컨설팅부 연구위원 (공인회계사·국제재무설계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