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릭(복제약)시장의 급성장을 예측하고 타깃 국가의 유력 제약사 인수를 통해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는 전략으로 세계 1위 제네릭 업체로 올라섰다. 인수에 필요한 자금은 자체 개발한 신약을 팔아 조달했다.”

이작 크린스키 테바 일본·한국대표(아·태지역 사업개발 최고책임자·사진)는 1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신약으로 번 돈으로 경쟁력 있는 제네릭 업체들을 인수해 다시 신제품을 내놓는 ‘선순환 생태계’를 만든 게 테바의 성공 비결”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크린스키 대표는 “1984년 미국에서 허가와 특허를 연계하는 해치만왁스법이 도입될 때 제네릭 약품 시장 트렌드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미리 투자한 덕분에 1위로 도약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해치왁스만법’은 특허 만료를 앞둔 오리지널 신약에 대해 30개월간 특허소송을 거친 뒤 이길 경우 해당 복제약에 대해 180일간의 독점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테바는 특허 소송을 통한 최초 제네릭 개발 전략으로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제네릭 시장 선두주자가 됐다.

크린스키 대표는 “2005년 미국의 복제의약품업체 ‘아이백스’(IVAX)를 사들인 게 제네릭 분야 강자가 되는 데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당시 테바는 75억달러에 아이백스를 전격적으로 사들여 제네릭 1위 경쟁을 벌이던 다국적제약사 노바티스를 놀라게 했다.

국내 주요 제약사와 비슷한 시기인 1901년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소규모 도매상으로 출발한 테바가 세계적 제약사로 발돋움한 스토리는 국내 제약사들에 롤모델이 되고 있다. 1980년대 이후 급성장한 테바는 제네릭 분야 세계 1위, 매출(2012년 203억달러) 규모에선 세계 10위권을 달리고 있다.

테바가 작은 나라 이스라엘에서 글로벌 제약사로 성장한 배경엔 이스라엘 특유의 산·학·연 협업 모델의 역할이 컸다고 크린스티 대표는 지적했다. 그는 “와이즈먼연구소와의 협업을 통해 세계에서 연간 40억달러가량 팔리고 있는 다발성 경화증 치료제 ‘코팍손’을 만들어낸 게 결정적”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초대 대통령 하임 와이즈먼 박사가 1949년 설립한 와이즈먼연구소는 1959년 세계 최초의 기술지주회사 ‘예다’를 설립, 기업들의 기술상업화를 독려했다. 코팍손의 신물질도 와이즈먼연구소가 최초로 발견, 예다를 거쳐 테바에 건너가 1995년 블록버스터급 신약으로 탄생했다.

크린스키 대표는 “지난 30년간의 집중적인 성장 과정을 보면 20년가량은 코팍손이 크게 기여했고, 최근 5~8년은 인수·합병(M&A)의 성장사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테바는 2002년 프랑스 바이엘크래식스, 2004년 이탈리아 도롬, 2008년 스페인 벤틀리와 미국 바르, 2010년 독일 라티오팜 등을 M&A하면서 외형을 키웠다.

작년 12월엔 한독약품과 합작회사를 세워 한국 시장에 진출하기로 했다. 다음달 합작사 대표도 임명할 예정이다.

그는 “한국에서 본격적인 제품 판매는 하반기부터 시작할 것”이라며 “한독약품을 파트너로 택한 것은 글로벌 제약사와 파트너십을 맺은 경험이 많은 데다 탄탄한 조직문화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단 한국에서 제네릭사업으로 첫 단추를 채우고 향후엔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해 다른 국가로 역수출하는 것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제약사들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한국 제약사들이 보수적 문화를 갖고 있는데 글로벌 시장 환경에 적응하려면 바뀌어야 한다”며 “과거 브라질도 한국과 비슷했으나 최근엔 다양한 M&A를 통해 새로운 모델을 찾아가는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크린스키 대표는 “한국 제약사들은 무엇보다 환경이 어떻게 바뀔지와 경쟁사와 비교해 어떤 경쟁력을 갖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