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부터 ‘입는 모바일’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겁니다. 국내 연성인쇄회로기판(FPCB) 자동화기기 시장이 대폭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김세영 세호로보트 사장(51)은 “손목에 차고 다니거나 안경처럼 쓸 수 있는 입는 모바일 기기가 잇따라 출시되면 유연한 성질의 FPCB가 더욱 많이 쓰일 것”이라며 “FPCB 생산에 필요한 자동화기기 시장도 덩달아 커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현재 국내 FPCB 자동화기기 시장 규모는 연간 500억원 수준.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발전이 FPCB 자동화기기 시장의 1차 성장을 이끌었다. 입는 모바일 기기가 보급되면 2차 성장이 이뤄질 것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FPCB는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에 들어가는 배선판으로 잘 휘고 미세한 전기회로를 새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1996년 설립된 세호로보트는 FPCB 생산을 위한 자동화 장비를 제조하고 있다. FPCB에 두께 0.05~0.6㎜의 구멍을 뚫는 ‘가이드홀펀처’, 커버레이 필름(회로 보호용 절연 필름)을 FPCB에 붙이는 ‘커버레이 자동 가접기’, FPCB 전기 검사기인 ‘BBT’ 등이 대표적이다.

기존엔 이 장비들을 대부분 일본에서 수입해 왔다. 세호로보트는 2003년 가이드홀펀처 개발을 시작으로 FPCB 자동화 기기들을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인터플렉스, 영풍전자 등 50개사에 납품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247억원에 달했다. 그는 “일본 제품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높고 품질도 뛰어나 고객사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비해 생산 시설을 확충할 예정이다. 올 하반기 시화 국가산업단지 내 멀티테크노밸리에 입주할 계획이다. 김 사장은 “신 공장이 완공되면 생산 능력이 현재의 세 배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는 4월엔 코스닥 상장도 할 계획이다.

수출에도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세호로보트는 일본, 대만, 중국에 FPBC 장비를 판매하고 있다. BBT의 경우 일본전산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공급하고 있다. 그는 “수출 비중은 현재 매출의 25% 정도”라며 “앞으로 해외시장을 더욱 적극 공략해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