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기관인 피치가 이탈리아 국가 신용등급을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지난달 치러진 총선 이후 불안한 정국과 경기 침체를 반영한 것이다.

피치는 지난 8일 이탈리아 국가 신용등급을 종전 ‘A-’에서 ‘BBB+’로 강등한다고 밝혔다. 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제시, 추가 강등 가능성도 열어뒀다. BBB+는 투자 적격 등급이기는 하지만 바레인, 크로아티아 등과 같은 수준이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피치는 이날 유럽 증시 마감 직후 “지난달 24~25일 치러진 이탈리아 의회 선거가 아직도 결론을 못 내면서 앞으로 몇 주 안에 새 정부가 구성될지 불투명하다”며 이같이 발표했다. 또 추가적인 구조 개혁이 어려운 상황이 되면서 깊은 침체를 겪고 있는 실물 경제에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피치는 올해 이탈리아의 경제성장률이 -1.8%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마리오 몬티 전 총리가 예상했던 -0.2%보다 훨씬 악화한 것이다. 또 올해 이탈리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도 사상 최고인 130%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뉴욕타임스는 이탈리아 국민들이 정신적 지주인 교황과 세속 권력인 정부가 둘 다 없는 상황에서 극심한 경기침체, 높은 실업률로 고통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탈리아는 지난달 총선 결과 득표율로는 1위를 차지한 민주당이 상원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면서 정부 구성에 난항을 겪고 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