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사랑에게 - 백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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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약국을 지나고 세탁소를 지나고 주인이 졸고 있는 슈퍼를 지나
비디오 가게를 지나고 머리방을 지나고 문구점을 지나서
아이들이 버린 놀이터를 지나 네거리 신호등 앞
사랑아, 네게로 가는 길은 규칙이 없다
놀이터를 지나고 문구점을 지나고 푸른 등 머리방을 지나고
비디오 가게를 지나 주인이 졸고 있는 슈퍼를 지나고
세탁소를 지나고 약국을 지나 영원히…
운전과 사랑은 반대입니다. 아는 길이 모르는 길보다 더 어려우니까요. 규칙도 없이 달려가는 초행길이 더 쉽습니다. 달콤한 사랑으로 가는 길이니까요. ‘약국’과 ‘비디오 가게’가 있는 일상을 지나 사랑으로 가는 길은 항상 설레니까요.
돌아오는 길은 어렵습니다. 약국과 비디오 가게가 있는 일상으로 돌아오는 길. 왔던 길의 반대로 돌아오면 되는데, 낯섭니다. 항상 멀미가 나고요. 그래서 돌아오기 싫은가 봅니다. 거기에 머무르고 싶은가 봅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