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유가증권시장, 코스닥시장을 가리지 않고 정보기술(IT)주들을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이고(매입하고) 있다. 엔·달러 환율이 안정을 찾고 미국 시퀘스터(예산 자동삭감) 발동에 따른 경기위축 우려도 한풀 꺾이면서 외국인들의 ‘한국 IT주 사랑’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세계 주요국 경기회복이 각종 IT·전자제품 수요 증대로 직접 연결될 수 있어서다. 외국인의 IT주 집중 매수로 5일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가 동반 상승했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1.22% 오른 543.96으로 마감, 작년 3월2일 이후 1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삼성전자, IT부품주 강세

이날 IT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0.71% 오른 155만원으로 사상 최고가인 158만4000원에 성큼 다가섰다. SK하이닉스도 3.85% 상승하는 급등세를 보였다.

코스닥의 IT 부품주들도 잇따라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갤럭시S4 출시 기대로 삼성전자 납품 부품주들이 좋은 성적을 냈다. 이날 파트론은 장중 2만6050원으로 신고가를 경신하며 전날보다 3.61% 올랐다. 에스에프에이이녹스, KH바텍도 각각 신고가를 기록했다.

플렉스컴(3.58%)과 옵트론텍(0.94%)의 상승세도 돋보였다. 이 밖에 유진테크가 8.56% 급등하는 등 반도체 관련주도 강세였다.

○외국인, 코스닥 4400억원 순매수

외국인들의 ‘IT주 사랑’은 코스닥 중소형주까지 확대되고 있다. 삼성전자 등 유가증권시장 일부 대형주에 국한됐던 외국인 매수세가 코스닥 IT부품주로 옮겨붙은 것. 외국인은 지난달 4일부터 코스닥시장에서 총 4424억원을 순매수, 코스닥의 최근 강세를 몰고왔다. 외국인은 5일에도 유가증권시장에서 921억원, 코스닥시장에서 539억원을 순매수하며 양 시장 동반 매수를 이어갔다.

IT주는 외국인 주식 매수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외국인은 지난달 4일 이후 유가증권시장에서 전기전자업종을 9667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전체 순매수액의 46.15%다. 같은 기간 코스닥에서도 IT업종을 2482억원(56.11%) 순매수했다. 이경수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IT와 반도체업종은 성장률은 높은 반면, 주가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어 외국인이 매력을 느끼고 사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IT 매수가 지수 상승 요인 될 것”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IT주 사랑’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조만간 신고가를 경신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박정우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삼성전자의 갤럭시S4가 다음달 중 판매에 들어가면 3분기 중 영업이익이 고점을 기록할 것”이라며 “삼성전자 주가는 물론 코스피지수 상승세에 상당한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IT 부품주 중심의 상승세로 코스닥지수가 600선 돌파를 시도할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류용석 현대증권 시장분석팀장은 “코스닥지수가 올 들어 10% 가까이 상승하며 과열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5일 장에선 결과적으로 더 올랐다”며 “지난 3~4년간 540선에서 저항이 있었는데 이제는 분위기가 달라진 만큼 600선도 넘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그러나 “코스닥시장의 최근 선전은 환율 변동 등 위험이 남아 있는 유가증권시장에 대비한 투자가 가져온 결과”라며 단기 조정 이후 시장 움직임을 좀 더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고운/윤희은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