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겨울에도 시들지 않는 꽃, 제라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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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길고 긴 겨울을 슬기롭게 나는 방법은 없을까. 19세기 프랑스인들은 제라늄을 가꾸는 방법을 택했다. 이 식물은 물이 없어도 잘 자라고 웬만한 추위에도 잘 견딘다. 꽃이 크고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달콤한 향기를 선사, 겨울을 나는 데 둘도 없는 동반자다.
프랑스에서 활동한 미국 화가 프레더릭 차일드 하삼(1859~1935)도 이 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파리 교외에 있는 친구의 집을 찾았다가 붉게 피어오른 제라늄에 매혹됐다.
그러나 그가 이 꽃을 화폭에 옮긴 본뜻은 다른 데 있었다. 제라늄은 미국에 처음 정착한 영국인들이 가져간 꽃으로, 하삼은 이 최초 정착민의 후손이었다. 긴긴 겨울에도 아름다움을 잃지 않고 향기를 발하는 제라늄 속에서 화가는 자신의 자랑스러운 뿌리를 발견했던 것이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