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폭스바겐은 2009년 향후 10년 안에 일본 도요타를 제치고 세계 1위 자동차회사로 올라서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밝혔다. 이 회사가 유럽 1위에 만족하지 않고 ‘세계 왕좌’에 오르기 위한 전초기지를 마련한 곳은 미국 남부다. 산으로 둘러싸인 휴양지로 알려진 테네시주 채터누가(Chattanooga)에 10억달러를 투자, 연간 25만대 생산능력을 갖춘 조립공장을 2011년 완공했다.

폭스바겐뿐 아니다. 미국 GM과 포드는 물론 한국 현대와 기아, 독일 다임러, 일본 도요타 혼다 등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들이 조지아·앨라배마·미시시피주 등에 생산라인을 확장하며 ‘남부의 디트로이트벨트’를 형성하고 있다.

《딕시》는 2008~2011년 한국 언론인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애틀랜타 특파원을 지낸 저자가 발로 뛴 취재를 바탕으로 ‘딕시(Dixie)’로 불리는 미국 남부와 남부인들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입체적으로 조명한 현장 보고서다. 1865년 남북전쟁이 끝난 이후 100여년간 경제적 낙후와 정체를 면치 못했던 미국 남부가 최근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저자는 “미국 남부는 극심한 인종 차별과 경제적인 어려움 등으로 주민들이 대거 일자리와 차별 없는 세상을 찾아 떠나는 곳이 더 이상 아니다”고 말한다. 자동차뿐 아니라 정보통신·바이오 등 첨단산업 핵심기지가 곳곳에 들어서면서 서부 대개척 시대에 버금가는 ‘남부 대부활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현대 앨라배마 공장, 기아 조지아 공장 등이 포진한 남부 디트로이트 벨트를 비롯해 남동부의 실리콘밸리 ‘리서치 트라이앵글 파크’, 세계 최대 의료복합단지 텍사스메디컬센터, 우주로켓 연구 중심지 커밍즈 리서치파크 등 남부의 미래 성장동력을 직접 발로 뛰며 취재한 내용을 곁들여 소개한다. 또 노조 결성을 꺼리는 보수적인 분위기, 주 정부들의 기업 친화적인 환경 조성, 북부 등 미국의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싼 임금, 기업과 사회의 공생 발전 노력 등 미국 남부 경제부흥의 배경을 각각 사례를 들어 상세하게 설명한다.

경제뿐 아니라 미국 최대 병참기지인 육군전략사령부와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사령탑이었던 미국 중부사령부 등 미국의 군사적 안보와 외교적 안정을 확보하는 핵심 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는 남부의 모습도 보여준다.

미국 남부 사회의 풍토와 문화, 삶도 짚는다. 남북전쟁 이후 보수의 아성이 된 남부가 100여년간 지지해오던 민주당을 떠나 공화당의 텃밭으로 변한 정치적 환경을 분석하고, 남부 곳곳에 산재해 있는 흑인 민권운동의 성지를 둘러보면서 노예제로 시작된 흑인에 대한 폭력과 차별의 역사도 정리했다.

2011년 남북전쟁 150주년을 맞은 남부 사회의 분열된 여론과 감정의 골, 계속되는 남부연합의 복고 시도, 주정부와 민간 차원의 과거사 바로 세우기 등 아직까지 아물지 않은 전쟁의 상흔도 언급한다. 이민자에게 ‘밥퍼’ 봉사하는 애틀랜타 한인과 테네시주의 슈바이처 톰 김 박사, 고교 중퇴 청소년들의 멘토인 서니 박 등 한인의 활약상도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