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자녀 간에는 증여만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부동산을 사고 팔 수도 있고 돈을 빌릴 수도 있다. 문제는 통상적으로 부모가 자녀에게 집을 팔 때는 싸게 팔려 하고, 돈을 빌려줄 때는 이자를 받을 생각이 없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심지어는 매매나 금전대차를 가장한 실질적인 증여가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

이에 따라 과세당국은 부모와 자녀 간 정상적인 상거래가 이뤄졌다고 하더라도 과도하게 낮거나 혹은 높은 금액으로 거래되면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 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예컨대 부모가 소유하고 있던 주택을 자녀에게 4억원에 팔았을 때, 과세당국은 그 거래가 사실인지를 검증하게 된다. 실제로 4억원을 주고 받았는지, 자녀에게는 4억원을 지불할 능력이 있는지 등을 검증하는 것이다.

두 번째 검증 관문도 남아있다. 바로 거래가액의 적정성이다. 부모가 타인에게 그 주택을 팔았다면 얼마에 팔았을 것인가라는 생각에서 출발하는 것인데, 이것이 세법에서 말하는 ‘시가(時價)’의 개념이다.

세법에선 해당 부동산이나 동종의 유사한 재산의 공매가격 등과 같은 매매(사례)가액 등이 시가로 간주된다. 특히 아파트는 인터넷을 통해 동일 아파트, 동일 평형대의 매매가격을 거래시점별로 확인할 수 있는데 이것이 대표적인 시가다. 양도일을 기준으로 전후 3개월의 기간 중 매매된 금액이 시가이며, 이런 경우가 여러 번일 때는 양도일에 가장 가까운 날의 매매 금액이 시가에 해당한다.

만일 이 같은 부모와 자녀 간에 시가가 4억원인 주택을 실제로는 5억원에 거래했다고 가정해보자. 과세당국은 5억원에 상응하는 양도소득세를 부담시킬 수 있다. 또한 시가와 거래가액의 차액만큼 자녀가 얻은 경제적 이익에 대해서는 증여세가 과세될 수도 있다.

부모와 자녀 간 돈을 빌리고 빌려줄 때도 시가의 잣대가 적용된다. 돈을 빌릴 때는 적정한 이자가 지급되는지를 살펴보게 되는데 그 이자가 세법이 정한 이자(현재 연 8.5%)에 미치지 못할 때는 이자차액을 돈을 빌린 자녀의 경제적이익으로 보아 증여세가 과세될 수 있다.

또한 부모가 소유한 부동산을 임대료를 받지 않고 자녀가 사용토록 할 수 있는데, 이때는 통상 기준시가의 2%가량(5년간 1억원 이상일 경우)을 임대료의 시가로 보고 경제적 이익에 대해 증여세를 매길 수 있다.

부모와 자녀 간에도 자율적으로 경제적 거래를 할 수 있다. 다만 과세당국은 공정과세의 취지에서 세금 계산에 있어서만큼은 타인과의 거래에서 부담할 세금과 동일한 부담을 져야 한다는 기준을 세워놓은 것이다. 특히 최근엔 정부의 재정 확충을 위해 과세기조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에 부모와 자녀 간 금전거래에서 사전 정보 부족으로 필요 이상의 세금을 낼 가능성을 줄일 필요가 있다.

장욱 < 국민은행 WM사업부 세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