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호의 새 선장이 된 박성욱 사장(55·사진)이 “기술 혁신만이 살 길”이라는 뜻을 밝혔다. 워크아웃을 졸업하고 SK그룹에 편입된 지 1년이 지난 만큼 이제는 경영 효율화 중심에서 기술을 최우선하는 조직으로 변신하자고 주문했다.

박 사장은 지난 20일 취임사를 통해 “반도체 시장을 선점하는 자만이 모든 걸 차지하는 승자독식의 시대가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시장 선도를 넘어 시장을 압도하기 위해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기술 혁신과 미래 역량 강화에 전력 투구하자”고 독려했다.

박 사장은 반도체 업계도 고객 중심의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은 표준에 맞춘 제품이 아니라 고객이 요구하는 제품을 경쟁사보다 한 발 빠르게 만들어 고객과 더불어 표준을 선도하는 시대”라고 정의했다. 이어 “우리 시각과 내부 업무체계를 고객 지향적으로 바꾸고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 생존 과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쟁 패러다임의 변화를 주목해야 한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박 사장은 “과거엔 원가 경쟁 게임이었다면 다가오는 시대는 다양성의 게임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했다. 지금까진 반도체 생산공정을 미세화하는 게 유일한 게임 기준이었다면 앞으로는 고객이 요구하는 가지각색의 제품을 고객이 요구하는 시점에 누가 가장 잘 제공하는 지에 성패가 갈릴 것이라는 설명이다.

박 사장은 경쟁 구도 변화 속에서도 SK하이닉스는 승리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는 “우리는 치열한 생존 게임에서 분할과 매각이라는 절대 절명의 위기를 여러 차례 겪으면서도 어려웠던 시간을 모두 자랑스런 역사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모두가 주인이라는 생각 속에 서로를 격려하는 협업의 전통을 살린다면 모두의 행복의 크기를 키워 나가는 새로운 30년 역사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사장은 경북 포항 동지상고와 울산대 재료공학과를 졸업한 뒤 1984년 KAIST에서 재료공학 석사학위를 땄다. 그해 현대전자 반도체연구소에 입사해 하이닉스에서 연구소장과 연구개발제조총괄 등으로 일하다 지난 19일 이사회를 통해 신임 SK하이닉스 대표로 선임됐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