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갈 온라인 쇼핑몰' 연 가수 조갑경 씨 인터뷰
가수 조갑경 씨를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하면 '바보같은 미소' '내사랑 투유' 등 그녀의 히트곡이 연달아 나온다. 그런데 수년 전부터 그의 이름 앞에 새로운 수식어가 붙기 시작했다. '연예계 마이너스의 손' 조갑경이다.

조 씨가 손대는 사업마다 줄줄이 망했기 때문. 4, 5개의 사업에 수억 원을 쏟아부었지만 손해만 보고 접어야 했다.

그녀는 "수억 원은 수업료였다"고 말한다. "사업 실패의 원인을 꼼꼼히 분석하고 나니 사업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보였다"는 것. 조 씨는 "사업 아이템을 고르는 눈도 생겼다"고 말했다.

'달라진' 조 씨의 선택은 다소 의외다. 최근 온라인 쇼핑몰 '조갑경의 며느리 젓갈'을 열고 젓갈 판매에 나섰다. 현재 연예인들이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은 주로 김치, 패션에 집중된 상황. 조 씨가 젓갈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19일 서울 상수동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성공의 실마리가 시어머니 손에?

첫 사업은 미용실이었다. 지인의 설득으로 당시 코디네이터의 친구와 손을 잡은 것이 화근이 됐다.

"처음에는 제가 원장, 동업자 친구가 실장이었죠. 저도 모르는 사이에 동업자의 직함이 원장으로 바뀌어 있더군요. 전 그 사실도 모르고 방송 활동만 집중했어요. 미용실을 자주 찾지 않고 장부도 확인하지 않았죠."

결국 5년 만에 미용실을 정리했다. 이후 피부관리실, 실내 포장마차, 인테리어 카페 등에 도전했지만 결과는 같았다.

그는 "단 한번도 이를 악물고 했던 적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내 사업인데 남의 손에만 맡겨놓고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특히 사업 아이템을 섣불리 선정한 것도 실패의 주 원인이 됐다고.

"미용, 인테리어 등 생활의 전반적인 부분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창업 아이템도 그 쪽으로 잡았어요. 그런데 제 능력을 발휘할 것이 없었죠. 미용 기술이나 해당 전공을 한 것이 아니니까요. 고민이 많았죠."

실마리는 가까운 곳에서 풀렸다. '시어머니'다.

"아들과 딸이 시어머니가 만든 조개젓갈을 정말 잘 먹어요. 저도 남편 홍서범 씨와 결혼하기 전 예비 시댁에 가면 조개젓갈을 제일 맛있게 먹었어요. 개성 출신인 시어머니가 광화문에서 한식당을 운영했을 정도로 음식 솜씨가 좋아요."

시어머니의 젓갈 노하우를 전수받기로 했다. 쇼핑몰 이름을 '며느리 젓갈'로 정한 이유다. 홈페이지에도 시어머니와 함께 찍은 사진을 전면에 내세웠다.

"대박 나면 시어머니 용돈부터"

인터뷰 도중 조 씨에게 문자메시지가 왔다. 조 씨는 양해를 구하고 인터뷰를 중단했다. 메시지 내용은 '젓갈 포장 뚜껑에 붙일 스티커 디자인을 선택해달라'는 것. 결정을 마친 조 씨는 "요즘 정말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챙기는 중이다.

젓갈 공장, 포장 용량, 가격 등도 직접 결정했다. 수많은 젓갈 공장을 다니면서 위생과 맛을 체크했다. 가격은 '중저가 정책'으로 정했다. 1인 가족 등을 고려해 400g으로 소포장하기로 했다. 준비기간만 6개월. 그는 "음식 판매이다보니 신경 쓸 일이 많다"고 말했다.

"승산이 있습니다. 사실 백화점서 파는 젓갈은 지나치게 비싸잖아요. 젓갈로 유명한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이고요. 믿을 만하면서 저렴한 젓갈 시장을 만들 것입니다."

월매출 목표는 3억. 소위 '대박'이 나면 시어머니에게 용돈을 두둑히 챙겨드릴 예정이라고. 하지만 주부들의 '소규모 창업'에는 "섣불리 덤빌 일이 아니다"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단순히 소일거리로 생각했다간 큰 코 다친다"며 "온라인 쇼핑몰 창업이 쉽다는 것도 옛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경쟁은 치열해졌고 쇼핑몰 운영 노하우도 전문가 수준이 됐다" 며 "본인이 최고경영자(CEO)라고 생각하고 사업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경닷컴 이지현 기자 / 사진 변성현 기자 edi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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